'엄마가 편해질 거야' 장애 동생 살해한 지적장애인…'이례적 감형'으로 보듬은 재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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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전고등법원 홈페이지]

[사진 대전고등법원 홈페이지]

장애를 가진 두 형제에게 지난해 11월 22일 비극이 닥쳤다.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A(20)씨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집에서 자폐성 장애 1급 장애인인 동생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다. A씨는 집에 돌아온 어머니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으나 동생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과 동생이 가진 장애 때문에 어머니가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비관해 자신과 동생이 죽으면 어머니가 편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사별 후 홀로 장애가 있는 자신들을 돌봐 온 어머니가 힘들어한다고 여겨왔던 것이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5년과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신지체와 우울·불안을 동반한 적응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친동생인 피해자를 칼로 수십 회 찔러 살해한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1심의 선고형은 법정 최소 권고형이었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다시 한번 A씨에게 선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심의 감형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표현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에 대한 치료감호 처분은 원심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동생의 삶을 빼앗은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피고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훌륭한 어머니를 뒀다. 피고인을 가둬놓고 형을 모두 살게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다"며 "피고인이 사회로 빨리 돌아가 어머니 품에서 어머니를 잘 모시고 살게 하는 것이 국가적·사회적으로 봐도 더 옳다. 1심 보다 추가 감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생을 죽게 했기 때문에 제한 법령 안에서 최대한 선처하려 한다. 치료감호를 유지해 치료를 잘 받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하려한다. 1심에서도 높은 형을 선고하지 않았지만 이번 항소심의 감형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이다"라며 "어머니께서 잘 돌봐주시고, 치료감호가 끝난 뒤에도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피고인을 잘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사회로 빨리 돌아가 어머니의 품에서 어머니를 잘 모시고 살게 하는 것이 국가·사회적으로 봐도 더 옳다"며 "치료를 잘 받고 치료감호가 끝날 때쯤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재판부의 선택"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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