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동맹·중국과 대북협상 모색"…이번주 협상시계 빨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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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각)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도발적 행동이지만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 협력을 통해 평양 정권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유튜브 캡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각)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도발적 행동이지만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 협력을 통해 평양 정권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유튜브 캡처]

지난 주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 이번 주 워싱턴에서 한미동맹의 대북 협상 시계가 빨라질 조짐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각) “(한국 등)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 협력을 통해 평양 정권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의 워싱턴 회담을 하루 앞두고서다. 30일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이곳에서 만난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과 한반도의 다른 미래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평화적 압박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북한이 일정수준 자제력을 보여줬다’(틸러슨)는 지난주 두 사람의 평가가 틀렸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다.

그는 “우리가 틀렸을지 모르지만,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도발적 행동이며 북한은 완전히 물러설 준비가 안 됐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통일된 사명인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이룰지에 대해 북한과 대화할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도 이날 오후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미 간 협상을 위한 물밑 접촉이 이뤄진다는 관측이 있다”는 질문에 “그런 관측에 대해선 언론을 통해서 들은 바가 있어 미국 측이 최근 현황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는) 협의를 해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한미동맹 전반에 대해 포괄적인 협의를 갖고, 최근 대두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협의를 할 것”라고도 말했다.

지난 6월 1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토마스 섀넌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미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 협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6월 1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토마스 섀넌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미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 협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임 차관의 방미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며 북미 직접 협상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북한이 비난해왔던 한미 연합군의 을지훈련도 30일 종료된다. 이에 28일 존 설리번 부장관과 회담에선 구체적인 대북 협상의 조건과 일정ㆍ속도 등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건이 갖춰지면 대북 특사도 파견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북ㆍ미간 비핵화 협상과 별도 남북간 대화에 대한 논의도 28일 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지금과 같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계속 가져가는 것은 한국은 물론 미국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이 대화국면 전환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대화 시작의 조건과 방법, 시점 등에 대해선 먼저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임성남 차관,28일 존 설리번 부장관 "협상 조건·방법 등 논의" #송영무·매티스 30일 국방장관 회담 '미사일지침'개정 다룰 듯

미국의 우파성향 싱크탱크에서도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윌리엄 루거 코흐재단 부회장은 이날 폭스뉴스 기고를 통해 “지난주 북한 단거리미사일 3발 발사는 매년 두 차례씩 실시하는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일 뿐 북한과의 전쟁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핵전쟁이든 재래식 전쟁이든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침착을 유지하고 격렬한 말폭탄은 피하면서 양국의 긴장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송영무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30일 회담에선 사드체계 실전 배치 완료 등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강화 및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에 따른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따른 미사일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요구한 미사일 중량 및 사거리 확대를 위한 한ㆍ미 미사일지침 개정 문제도 다뤄질 전망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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