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바른정당 합치자” 이종구 “박+친박 8적 출당하면 합당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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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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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 비박(非朴) 정치인들의 통합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당·바른정당 비박들 통합 주장 #홍준표 부산에서 또 ‘박 출당론’ #“자연인 박근혜로 돌려보내자”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舊)체제와의 단절을 진행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우파 가치는 한국당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당의 문을 활짝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을 포함해 우파 가치에 동참하는 모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준표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구체제와의 단절은 혁신의 첫걸음인 반성”이라며 “당내 여러 가지 시각과 복잡한 사정이 있지만 국민의 시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구

이종구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도 지난 25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친박 인적청산을 조건으로 “한국당과의 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13명의 바른정당 의원이 한국당으로 넘어갈 때 홍준표 후보는 친박 청산을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산 범위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소위 ‘8적’이라고 불리는 8명 의원의 출당을 조건으로 제시했었다”며 “이 조건만 충족된다면 합당까지도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당장 실현되기에는 넘아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바른정당에서는 이혜훈 대표와 김세연 정책위원장을 비롯,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 등이 ‘독자 생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하태경 최고위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은 보수 정당이 아니라 합리적 보수, 웰빙 보수, 극우가 뒤범벅된 괴물 정당일 뿐”이라고 할 정도로 반감이 만만찮다.

한국당 내에서도 친박 청산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난 19·20대 공천을 친박계가 주도했고, 이에 반대한 세력은 바른정당으로 갔는데 한국당 내에서 친박 청산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며 “지금은 홍 대표의 말을 듣고만 있지만 실제로 청산에 돌입하면 극심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19·20대에 들어온 초·재선 상당수는 박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내심 동조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정치인 박근혜’에서 ‘자연인 박근혜’로 돌려보내자”며 또다시 박 전 대통령 출당론에 불을 붙였다.

홍 대표는 27일 오후 부산에서 연 토크 콘서트에서 “박근혜 출당시킨다고 하니까 속상하겠지만 오죽하면 그렇게라도 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현실론’도 호소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 당과 함께 엮어 가지고 지방선거까지 박 대통령을 압박을 가해야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볼 것”이라며 “한국당이 궤멸돼 버리면 박근혜가 살아날 길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재판이니까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재판에도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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