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주부 카드 제한땐 예금인출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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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성단체들이 전업주부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키로 한 국민은행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이 지난 14일 소득이 없는 주부들에게 카드 발급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히자 한국여성민우회는 곧바로 비판 성명을 냈다. "카드사의 방만한 운영에 따른 카드 부실 책임을 전업주부에게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1천만 전업주부를 신용사회의 낙오자로 만드는 이번 방침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성민우회 최명숙 사무처장은 "가족카드는 소득이 있는 남편 본인의 신청으로만 발급이 가능하고 사용일자.사용처.사용금액이 모두 결제자인 남편에게 통보된다"며 "전업주부의 경제활동이 남편의 관리에 놓이게 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27개 여성단체의 모임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5일 오전 대책회의를 열었다. 여성연합 남윤인순 사무총장은 "전업주부 신용카드 발급 제한은 전업주부를 경제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시대 역행적인 방침"이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의집회.행장 면담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부부재산 공동명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신연숙 인권국장은 "국민은행의 조치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와 경제적인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며 "반대 서명운동과 항의집회를 연 후 은행 측이 끝내 고수하면 예금인출 운동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계의 반발에 국민은행 측은 "전업주부의 연체율이 평균보다 높아 취한 조치"라며 "전업주부라도 본인 명의의 재산이 있거나 은행에 일정 수준의 거래실적과 잔고가 있으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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