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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최고 호러영화30] ⑥ 사람이 더 무섭다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늦더위를 달랠 위험한 초대장. 2010년 이후 최고의 호러 영화 30편이다. 완성도는 둘째, 일단 무섭고 살벌하고 재밌는 영화로 리스트를 꾸렸다. 최근 다시 유행하는 오컬트부터 사회성 짙은 호러영화까지 여러 갈래를 나눴으니 취향에 따라 즐기거나 피하면 되겠다.

사람이 더 무섭다
실제로 존재할 것 같아 더욱 소름끼치는, 공포영화의 이름난 악인들.

※ 감독 | 제작연도 | 등급
※ 비명 유발 | 피가 철철 | 영화의 참신함 (100점 만점)

악마를 보았다

'악마를 보았다'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 2010 | 청소년 관람불가
비명 유발 75점 | 피가 철철 100점 | 영화의 참신함 75점

국산 슬래셔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 희대의 연쇄살인범 장경철(최민식), 그의 손에 연인을 잃고 처절한 복수에 나서는 국정원 요원 김수현(이병헌)의 잔혹한 대결을 그렸다. 인간의 육신을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경철은, 잔혹함으로 따지자면 일찍이 한국영화에 없었던 ‘역대급’ 살인마. 짐승 아니, ‘악마’ 그 자체인 그는 일말의 양심도 없이 살육과 섹스에 탐닉하며 자신의 추악한 욕망을 현실화시킨다. 자신을 벌주려는 수현에게 매번 고문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즐겁다는 듯 피범벅된 얼굴로 씩 웃는 장면이 압권. 악마를 잡기 위해 점점 악마가 돼 가는, 수현의 냉혹한 결단 역시 소름 돋기는 마찬가지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장화, 홍련’(2003)과 함께 해외 매체가 선정한 역대 공포영화 순위에 자주 단골로 언급되는 작품. 최민식의 전무후무한 악인 연기, ‘역대급’ 고어 묘사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차가운 열대어

'차가운 열대어'

'차가운 열대어'

소노 시온 | 2010 | 청소년 관람불가
비명 유발 80점 | 피가 철철 95점 | 영화의 참신함 85점

반항적인 외동딸, 무기력한 둘째 부인과 함께 사는 소형 수족관 주인 노부유키(후키코시 미츠루). 평온했던 그의 일상이 깨진 건, 대형 수족관 체인점 사장 유키오(덴덴)와 아이코(구로사와 아스카) 부부를 만나면서부터다. 늘 활기 넘치는 유키오 부부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마침내 노부유키는 그들의 숨은 정체를 마주한다. 사실 유키오 부부는 기분 내키는 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토막 내는 엽기적인 살인마 커플. 한적한 숲속 오두막에서 직접 희생자의 사체를 처리하며, 심지어 내장을 갖고 장난치는 이들의 모습은 노부유키의 내면에 잠재된 악마성을 눈뜨게 한다. 

영화의 결말, 180도 달라진 노부유키의 눈빛은 절대악에 맞선 인간이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를 역설한다. 잔혹한 신체 훼손 묘사, 상영 시간 내내 화면을 물들이는 피칠갑 영상도 섬뜩하지만, 무엇보다 제목 그대로 극과 극을 오가는 노부유키의 이중성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작품.

킬 리스트

'킬 리스트'

'킬 리스트'

벤 휘틀리 | 2011 | 청소년 관람불가
비명 유발 80점 | 피가 철철 85점 | 영화의 참신함 95점

이라크 참전 군인으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 제이(닐 마스켈). 그는 의문의 고객으로부터 모종의 살인 의뢰를 받고, 전우 갤(마이클 스마일리)과 함께 폭력성과 분노를 마음껏 분출한다. 신부, 도서관 사서, 국회의원 등 고객이 지목한 타깃을 차례대로 제거하면서 제이의 광기는 극에 달한다. 처음엔 총을 이용해 깔끔하게 타깃을 살해하지만, 뒤로 갈수록 괜히 ‘정의’를 들먹이며 타깃의 두개골을 으깨고 신체를 도륙하는 등 잔혹성을 드러내는 제이. 게다가, 임무 수행 도중 엮이게 된 정체불명의 사이비 종교 집단은 제이의 가족을 찾아와 이유 없는 공격을 시도한다. 마지막 타깃을 살해한 후에야 밝혀지는 충격적 반전. ‘곡성(哭聲)’처럼 악마 숭배 등 오컬트 요소가 가득 깔려 있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집중하는 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린, 근원적인 악마성이다.

더 퍼지

'더 퍼지'

'더 퍼지'

제임스 드모나코 | 2013 | 청소년 관람불가
비명 유발 65점 | 피가 철철 70점 | 영화의 참신함 85점

2022년 미국에서 매년 3월 21일마다 열리는 무법천지의 날 ‘퍼지 데이(The Purge Day)’. 폭력·강도·강간·살인 등 12시간 동안 어떤 범죄를 저지르든 처벌받지 않는 특별한 국경일이다. 불특정 다수의 침입자들로부터 아내와 자녀들을 보호하려는 가장 제임스(에단 호크). 그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기분 나쁜 가면을 쓴 ‘공손한 지도자’(라이스 웨이크필드)가 이끄는, 재미 삼아 약자를 무차별 살해하는 부유층 소시오패스 일당이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살육 파티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천진하기에 되레 몹시 섬뜩하다. 만듦새에 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정의와 인간 본성에 관한 풍부한 질문을 던지는 호러 스릴러. 드모나코 감독은 2편 ‘더 퍼지:거리의 반란’(2014), 3편 ‘더 퍼지:심판의 날’(2016) 등 두 편의 속편을 잇따라 연출했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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