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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람쓰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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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화합의 새시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노태우 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이를 추진해 나갈 인력의 충원·배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재의 등용은 새 시대 개막을 실감시켜주는 하나의 시험대로 인식될 것이며 노대통령 당선자도 「사람쓰기」를 통해 자신의 화합 이미지를 과시해야할 명제를 안고 있다.
「사람쓰기」는 바로 자신의 6공화국이 5공화국의 단순한 연장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시금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5공화국의 실패한 인사관리 스타일에서 과감히 탈피하지 못하거나 인사쇄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군정연장 논쟁은 언제든지 재연될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당선자는 당장 지역감정 해소 등 선거후유증의 극소화와 조기안정 등 당면과제의 해결을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하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민주화합추진본부의 구성원 인선에 착수해야 한다.
또 선거 승리를 이끈 소위「노태우군단」, 또는 당의 공로자에 대한 논공행상을 해야하며 이와 함께 당의 체질개선을 포함한 여권의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정권 인수팀의 구성 또한 시급한 문제며 이 같은 과정에서 국회의원 공천작업과 6공화국 1차내각 구성작업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산적된 진용짜기 작업을 얼마만큼 성공적이고 인상깊게 마무리짓느냐 하는 것이 노태우 시대의 최초의 절박한 과제인 것이다.
노대통령 당선자는 「사람쓰기」에 관한 자신의 철학과 원칙을 유세를 통해 선언적으로 천명해 놨다.
그는 지역감정과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을 『사람을 잘못 썼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있다.
『사람의 능력이나 성실성을 제쳐두고 출신지역·학교를 따지고, 자기와 가까우냐 아니냐를 따졌기 때문』이라면서 『사람을 쓰는데는 화합적인 차원에서 정당·지역·성별·세대를 초월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자신의 반대자도 국가발전에 기여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기용한다 △부패한 사람은 능력이 있어도 기용치 않는다 △이른바 고위층과 가깝다고 해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와 지연· 문벌에 의지하는 승진의 배격 등을 약속해 왔다.
노당선자의 인사원칙은 개인적 인맥배격, 전문주의·능력 위주, 초당적 인사로 요약되며 5공화국 인사패턴에서 볼 때 상당히 의욕적이고 과거스타일과의 확실한 결별을 선언하고 있다.
민정당의 한 관계자는 『5공화국이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끊임없는 정통성 시비와 비판을 받은 것은 인사운영에서 무리가 뒤따랐기 때문』이라면서 『이 문제에 관해 노정권은 과거의 철저한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대통령 당선자의 이같은 「인사구상」은 우선 민주화합추진본부의 발족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분열과 갈등의 치유를 직권 제1지표로 삼고 있는 노정권으로서는 민주화합추진본부의 성공적인 발족과 가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화합추진본부는 「여야 모든 정당과 정부·민간단체 등 50명내외의 각계각층 인사」 로 구성한다는 방침아래 여야정당과 재야 및 학계·종교계·법조계·청년층·여성계 인사를 광범위하게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평민당과 강경 재야는 선거무효투쟁을 선언하고 있어 민주화합추진본부에 참여하지 않을게 뻔하다.
민정당은 민주화합추진본부가 각계인사들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닌, 새 정권이 추진할 민주개혁방안과 국민화합조치 등 국정운영지표를 마련하는 범국민협의 결정기구의 성격을 띨 것이며 파격적인 인선이 있을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당선자가 영입인사에 대해 삼고의 예를 갖추어 모셔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13대 대통령 취임준비위」로 불려질 정권 인수팀에도 야권인사를 포함시켜 노후보가 강조하는 민정당 단독정부가 아니라는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같이 「갤리포니아 마피아」 「조지아 마피아」 등 선거 참모진이 정권 인수팀을 맡는 논공행상적 스타일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대통령 당선자는 이와 함께 국회의원 총선 공천작업에 착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운영방식의 탈피, 문민색채의 강화, 젊은 세대의 영입, 자유경선 도입의 약속을 실현해야 한다.
당내외에서는 공천작업을 통해 범국민적 대중정당의 면모를 갖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를 현실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조기 총선을 눈 앞에 두고 기존 정치구도를 무시할 수 없으며 대통령선거 승리를 위해 밤낮 없이 뛴 현 지구당 위원장들의 공로를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핵심 참모역할을 한 몇 몇 의원과 두드러진 득표실적을 올린 유공자에 대해서는 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들이 노당선자의 중요한 측근 세력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당내 정치 경쟁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중간보스의 등장, 다음 대통령후보자의 자유경선을 통한 결정 등도 노당선자의 용병술 솜씨와 원칙에 달려있다.
당장 노후보는 일선 당무에서 손을 떼고 초당적인 대통령당선자 임무를 수행해야하며 이를 위해 대표위원직을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당직개편, 그리고 여권조직개편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노후보의 과감한 「사람쓰기 복안」은 당장 인재란에 부닥칠 것이 뻔하고 신선감 논쟁·경력시비가 뒤따를 것으로 보여 의욕을 뒤받칠만한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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