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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있는책읽기] ‘집합 개념’을 세우면 넣고 뺄 게 확실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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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는 우주 어디에 있는 걸까?'(로빈 허스트.샐리 허스트 지음, 문학과지성사)는 상투적인 시.공간 개념을 뒤흔드는 그림책이다. 버스 기사가 집이 어디냐고 묻자 로지와 헨리 남매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우주 안에 있는, 처녀자리 초대형 성단 안에 있는, 광역 은하계 성단 안에 있는, 은하계 성단의 날개 중 하나인 오리온 성운 안에 있는, 광역 태양계 안에 있는, 태양계 안에 있는, 지구의 남반구에 있는, 호주의 검브리지에 있는, 메인로드 12번가에 살아요." 이어지는 이들의 호쾌한 설명에 기사도 승객도 빠져든다. 집합론의 포함 관계를 활용해 좀더 정확한 대답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말이다.

논리학은 사물이 속해있는 집합을 알아내는 능력, 그 집합에 속한 각각의 원소를 공통된 이름으로 지시해 집합으로 묶는 능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집합을 이해하면 논술문에서도 논증할 부분과 배제할 부분을 나눠가며 명료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집합의 범위를 정하기에 따라 논의의 시야를 확장할 수도, 집중시킬 수도 있다.

집합 사이의 관계를 알면 두 개 이상의 논증을 비교할 때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기도 쉽다.

정보 하나. '스무 고개'는 집합론의 포함 관계를 깨닫게 해주는 유익한 놀이다. 주말 나들이길, 밀리는 차 안에서 어린이들과 스무 고개를 해보면 어떨까. 더 큰 집합에서 작은 집합으로 진리의 범위를 좁혀가는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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