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유럽에선…수거 제품 실명 공개하며 "건강 큰 위험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살충제 달걀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유럽에서는 유해 성분 포함 가능성이 있어 수거되는 제품의 실명이 일일이 공개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동시에 해당 계란 제품을 섭취했더라도 양이 적어 당장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전달 중이다.
 유럽 내 최대 달걀 수출국인 네덜란드가 이번 사태로 신뢰를 잃으면서 각국이 계란을 자체 생산하는 등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에선 슈퍼마켓별로 오염 계란 포함 가능성 있는 제품명 공개 #프랑스도 조만간 문제 소지 있는 상품 리스트 공개키로 #"한 자리에서 오염 달걀 2만개 먹어야 건강에 악영향" 안내 #영국 소비자 32% "영국산 계란 포함된 것 아니면 샌드위치 안 살 것" #지난해 11월 알고도 은폐한 의혹 산 네덜란드 무역 타격 예상 #파동 속 벨기에 소도시에선 거대 오믈렛 만들어 나눠먹는 행사 열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달걀 파동 이후 소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2%가 슈퍼마켓이 판매하는 샌드위치나 샐러드에 쓰이는 달걀이 영국산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아예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슈퍼마켓에서 수거된 오염 계란 관련 상품 리스트.

영국 슈퍼마켓에서 수거된 오염 계란 관련 상품 리스트.

 영국은 피프로닐 성분이 포함됐을 수 있어 수거된 계란 포함 상품들을 '세인스버리의 햄앤에그 샐러드', '모리슨의 포테이토앤에그샐러드', '웨이트로즈의 에그 마요네즈'등 판매업체별 실명으로 공개했다.
 프랑스 당국도 오염된 달걀이 사용된 제품의 내용을 소비자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각 점포가 이를 비치해 소비자들이 식별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각국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한 위험성의 강도도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스테판 프라베 프랑스 농업장관은 “프랑스 국민의 일반적인 계란 소비 양상을 고려할 때 건강에 대한 위험은 매우 적다”고 밝혔다. 영국 식품당국도 “과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피프로닐로 인해 아플 수 있는 경우는 한꺼번에 2만 개의 달걀을 먹었을 때"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매년 100억 개의 계란을 생산해 약 65%를 수출하고 있는 네덜란드가 지난해 11월 피프로닐 오염 사실을 제보받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향후 무역에서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 엘리엇 퀸즈대학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와중에 식품 위생 문제가 촉발되면서 각국이 계란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등 식량 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불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네덜란드는 식품 감시 업무를 맡은 식품소비재안정청(NVWA) 직원이 2003년 3700명에서 2013년 2200명으로 감소했다. 피터 반 볼렌호벤 전 네덜란드안전위원회 의장은 “  NVWA가 공공 이익을 위한 식량안보에 나서기보다 경제적 고려에 따라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15일 벨기에 남동부 말메디에서 열린 자이언트오믈렛축제에서 오믈렛을 만들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15일 벨기에 남동부 말메디에서 열린 자이언트오믈렛축제에서 오믈렛을 만들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벨기에 남동부 도시 말메디는 15일 관광객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직경 4m짜리 팬에 계란 6500개를 사용해 거대한 오믈렛을 만들어 나눠먹는 행사를 열었다. 1973년부터 22년째 해오고 있는 행사인데, 살충제 계란 파문 속에서도 사전 검사를 거친 달걀을 사용해 전통을 이어갔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