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서 고교생 시신…친구 "함께 죽으러 갔다가 혼자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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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대교. [중앙포토]

서울 마포대교. [중앙포토]

영산강에서 고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함께 죽으러 갔다가 나 혼자만 되돌아왔다”는 친구의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 13일 밤 만난 중학교 동창 다리서 투신 사실 사흘간 함구 #경찰, "평소 죽고싶다 했다" 친구 진술 토대로 사망 경위 조사

15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촌동 극락교 아래 영산강에서 고교 1학년 A군(16)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 수색팀이 발견했다.

극락교 위에서는 A군이 걸터앉거나 밟고 올라간 흔적이 발견됐다. 주변에는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경찰은 지난 14일 오후 A군의 가족들로부터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상태였다.

A군의 아버지는 경찰에서 “아들이 일요일(13일) 밤에 잠을 자러 방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에 보이지 않아 학교에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밤까지 연락이 닿지 않아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 로고. [중앙 포토]

경찰 로고. [중앙 포토]

경찰은 탐문 수사에 나서 A군이 중학교 동창인 B군(16)과 가깝게 지낸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B군은 지난 13일 밤 집에서 나온 A군을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은 경찰에서 “A군과 함께 죽으려고 만났다. 다리까지 갔는데 나는 무서워서 집에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다리 위에 있던 A군이 보이지 않아 뛰어내린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B군은 A군의 가족이 아들에 대한 가출 신고를 하고 이에 따라 수색에 나선 경찰이 A군의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B군은 겁이 나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은 평소 학교에 빠지지 않고 등교했으며 성적도 상위권이다. 학교 생활과 관련해 별다른 특이사항은 포착되지 않았다.

경찰은 “A군이 죽고 싶다고 한 적이 몇 차례 있다”는 B군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또 B군의 자살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B군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물론 A군이 다른 이유로 고민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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