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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소기업의 천적, 중국의 불법 복제의 실상

중앙일보

입력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지지할 것이며, 우리의 노동자들을 방어할 것이며, 우리의 장엄한 나라를 이끄는 혁신물ㆍ창조물, 그리고 발명품을 보호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문제삼을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재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줄 것으로 믿었던 중국이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자 이에 실망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제재를 서두르는 것이다. USTR은 앞으로 1년 정도 중국의 지재권 침해 행위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지만, 이미 중국의 ‘짝퉁 행보’는 전 세계가 알고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조사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소니아(소니)ㆍ벅스스타(스타벅스)ㆍ맥덕(맥도널드)ㆍ하이키(나이키)ㆍ프뮤아(퓨마) 등 유명 브랜드 베끼기는 중국 내에서 이미 놀랄 일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재권 보호에 나서게 된 배경이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위한 ‘채찍’용이라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워낙에 노골적인 침해사례가 부지기수이다 보니 미국 측에서 입는 손해가 이만저만하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북압박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기에 안성마춤 수단인 셈이다.
애플ㆍ퀄컴과 같은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으로 고용한 변호사들을 통해 적절한 선에서 권리보호를 해왔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1인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특히 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기업인 알리바바가 이같은 지재권 침해의 일등공신이어서 이를 가는 중소기업인들이 많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가구업체 ‘빈티지 인더스트리얼’을 설립한 그렉 핸커슨이 그런 경우다. 핸커슨은 손수 디자인한 테이블을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수작업으로 제작 공급한다. 세상에서 몇 안 되는 디자인 제품이라는 점에 긍지를 느꼈다.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제품 디자인을 띄워놓은 지 얼마 안 돼 알리바바에서 똑같은 제품을 봤다는 지인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실제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아예 자신의 홈페이지에 있던 사진을 그대로 긁어 올려놓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수가공으로 5295달러이던 제품이 알리바바에서는 대량생산하면서 단돈 24달러에 팔고 있었다.
레깅스를 손수 만들어 온라인에서 팔아온 제니퍼 더햄도 마찬가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5월 독특한 디자인을 보태 26∼32달러에 팔아온 레깅스가 알리바바의 해외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똑같은 디자인으로 7달러에 팔렸다. 경고장을 날리고 1년이 지난 뒤에도 중국업자의 비즈니스는 계속 되고 있다.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타오바오는 지난해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으로 분류됐다. 타오바오는 2011년에도 악덕시장 리스트에 올랐다가 짝퉁 퇴출운동을 하겠다는 알리바바의 약속에 따라 이듬해 블랙리스트에서 빠질 수 있었는데 제 버릇을 못 고친 것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짝퉁 판매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가 음주운전처럼 최대 종신형까지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울림은 크지 않았다.
게다가 마윈 회장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끈'을 만들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일 때 트럼프 타워를 찾아 “미국에 쇼핑몰 관련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트럼프로부터 “매우 훌륭한 사업가다. 세계 최고”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USTR의 지재권 침해 보고서가 나온 뒤 마윈 회장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두고볼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알리바바 마윈 회장.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과 알리바바 마윈 회장. [중앙포토]

뉴욕에서 소상공인의 지재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록산 엘링스 변호사는 “법적 투쟁을 벌일 경우 비즈니스가 한동안 중단되기 때문에 자본 여유가 없는 소상공인에겐 무척 혹독한 일”이라고 말했다. 엘링스 변호사는 1인 창업가들의 의뢰를 받아 중국 내 인터넷 사이트 4500개를 셧다운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USTR에 지시한 내용 가운데에는 중국업체가 미국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핵심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행위도 포함돼있다. 중국이 미국에서 아이디어를 빼가는 또 다른 루트이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2015년에만 미국내 첨단 스타트업에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했다. 그런데 중국 자본이 투자한 업체가 주로 로켓엔진ㆍ자동 운항센서 등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들이다.

미국 기술스타트업 투자하는 중국자본

미국 기술스타트업 투자하는 중국자본

중국 금융기관 세 곳으로부터 투자 가능한 스타트업 소개를 의뢰받은 실리콘밸리 뱅크의 켄 윌콕스는 “세 업체 모두 베이징으로부터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얘기했다”면서 “그들 모두 어떤 기술을 원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기술 스타트업이면 불문하고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밝혔다. 뉴욕 월가에서느 중국 자본이 상도의와 상관없이 먹잇감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베끼기 문화가 어느 정도길래 #마윈의 알리바바가 짝퉁 천국 조장 #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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