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의 여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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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 04면

주체적인 여성을 형상화한다면 바로 이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샐리 호킨스가 열연한 영화 ‘내 사랑(원제 모드·Maudie)’의 주인공 모드 루이스입니다. 캐나다의 시골에서 목가적인 그림을 그렸던 실존 인물이죠. “감정 추스리기가 힘들어서 더는 못 쓰겠습니다. 꼬옥 보세요”라는 페친의 추천만 믿고 찾아간 극장, ‘큰 영화’들이 좌석을 그러모은 휴가 시즌에 25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영화는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에단 호크 보러 갔다가 샐리 호킨스에게도 푹 빠졌다”는 반응이 대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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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편해 가족들로부터도 괄시받는 모드는 생선 장수 에버렛 루이스가 입주 가정부를 구한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즉시 실행에 옮깁니다. 마뜩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받아들인 거친 남자 에버렛과 사사건건 밀당을 벌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혜롭게 얻어내는 모드의 미소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열정을 다한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도 흐뭇하기만 합니다.

이 ‘낡은 양말 한 켤레’ 같은 커플에게 이별이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에 집중이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사랑받았어요(I was loved)”라는 모드의 마지막 말에 저도 울컥하고야 말았습니다.

긍정과 당당함으로 남편을 얻고, 명성을 얻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선물’까지 되찾은 모드의 삶을 반추하면서 “인생, 사랑, 그리고 그림에 대해 구하고 있던 모든 답을 이 영화에서 찾은 것 같다”는 페친의 말에 저도 ‘좋아요’를 누르렵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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