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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귀요미는 ‘나야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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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콘은 철창없는 동물원이다. 유콘 여행 중에 마주칠 지도 모르는 엄마곰과 아기곰 가족.[사진 Ruby Range Adventure Ltd]

캐나다 유콘은 철창없는 동물원이다. 유콘 여행 중에 마주칠 지도 모르는 엄마곰과 아기곰 가족.[사진 Ruby Range Adventure Ltd]

7월 초 캐나다 북서부 유콘 지역을 여행했다. 사람보다 야생동물이 더 많은 이 북녘의 땅은 ‘철장 없는 동물원’으로 불러도 좋을 정도로 동물이 많았다. 유콘에서 만난 귀요미 동물 이야기를 부려본다.

고속도로 주행이 사파리 투어? 

캐나다 유콘(Yukon). 한국 사람에게 생경한 이 여행지를 설명하려면 지도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캐나다 서부 최대 도시 밴쿠버를 품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유콘주가 보인다. 왼편으로는 미국 알래스카, 오른쪽으로는 캐나다 노스웨스트주를 이웃하고 있다. 적도보다 북극에 가까운 땅. 지도로만 봐도 인적이 드물고 대자연을 품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

북위 60~69도에 걸쳐있는 유콘은 한국(남한)의 5배쯤 넓지만 인구수는 고작 3만7000명에 불과하다. 사람 대신 유콘을 호령하는 주인공은 따로 있으니 바로 유콘 곳곳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이다. 유콘 인구 갑절에 이르는 7만 마리의 무스(말코손바닥사슴)를 비롯해 포유류 30여 종이 공존하고 있다.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거니는 산양. 물론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차량은 일단 멈춤이다.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거니는 산양. 물론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차량은 일단 멈춤이다.

일주일가량 유콘을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예기치 않게 불쑥불쑥 등장하는 야생동물이었다. 세계 최대 빙하지대, 협곡에 고인 에메랄드빛 호수 등 유콘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경관은 많았다. 하지만 야생동물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유콘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 재미였다.

여름철 한창 털갈이 중인 붉은여우. 웃는 듯 보이는 건 기분 탓?

여름철 한창 털갈이 중인 붉은여우. 웃는 듯 보이는 건 기분 탓?

유콘에서 숱하게 야생동물이 나타났던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속도로’였다. 이동하는 내내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고속도로 알래스카하이웨이를 탔는데, 알래스카하이웨이는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방음벽도, 중앙분리대도 없었다. 미국 알래스카주와 캐나다 유콘·브리티시컬럼비아 주를 관통하는 장장 2700㎞의 도로는 교통체증 없이 한적했다. 야생동물이 출몰하면 곧장 차량을 멈추고 도로 주변을 떠도는 야생동물을 봤다. 다람쥐는 하도 개체수가 많아 80마리까지 숫자를 세다가 그 이상은 포기했다. 도로변의 풀을 뜯는 양, 여름철 한창 털갈이 중인 붉은여우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일주일 만에 ‘철장 없는 동물원’ 수준인 유콘에 익숙해져 창밖에 야생동물이 뛰어다녀도 카메라를 더이상 꺼내들지 않는 수준이 됐다. 그럼에도 야생동물에 심드렁해진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든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곰’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저녁 무렵, 도로에 갈색 색 곰이 나타났을 때 일행 모두 탄성이 나오는 입을 틀어막고 차창 밖을 주시했다. 언뜻 봐도 성인 남자보다 덩치가 큰 곰이었는데, 유콘 관광청 직원은 아직 두 살배기 아기 곰이라고 일러줬다. 아기 곰이 껑충껑충 수풀 속으로 숨기까지의 10분을 유콘 여행 중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다.

사람보다 무스가 많은 땅, 캐나다 유콘 #야생에서 동물보호소에서 만난 극지방 동물들

대륙 스케일의 동물보호소 

동물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유콘 여행 중에 꼭 들러야 하는 여행지가 있다. 유콘주정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 ‘유콘 와일드 라이프 프리저브(Yukon Wildlife Preserve)’다. 90여 종의 동물을 보호·관리하는 곳으로 크기가 3㎢에 달한다.

코앞에서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유콘 와일드 라이프 프리저브.

코앞에서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유콘 와일드 라이프 프리저브.

그물 사이에 카메라 렌즈를 대면, 철창이 드러나지 않게 동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물 사이에 카메라 렌즈를 대면, 철창이 드러나지 않게 동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동물보호소라 하면 좁은 철창에 비실비실한 동물이 누워있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지만, 유콘 와일드 라이프 프리저브는 그냥 야생 같다. 면적이 여의도(2.9㎢)만하다보니 보호하는 야생동물은 우리가 평생 벌어도 살까 말까한 크기의 땅을 독차지하고 산다. 이를테면 유콘 와일드 라이프 프리저브에 살고 있는 무스 3마리한테 할당된 땅만 14만㎡에 이른다. 감이 안 온다고? 다시 말해서 무스 우리의 크기만 4만4000평이라고 보면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는 캐나다의 ‘대륙’스러운 동물보호소다.

가느다란 뿔을 가진 산양. 유콘에서 부르는 이름은 스톤십(stone sheep)이다.

가느다란 뿔을 가진 산양. 유콘에서 부르는 이름은 스톤십(stone sheep)이다.

동물보호소는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하는 여행자에게 인기 있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한국의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린이나 사자 등은 없다. 한랭·툰드라 기후대에 속한 유콘에 실제 살고 있는 동물에게 자연 그대로의 서식 환경을 만들어줬을 뿐이다. 순록, 달양(Dall sheep), 들소(bison), 북극여우 등이 이 널찍널찍한 집을 차지하고 있다.

보호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북극 여우. 여름철에는 거뭇거뭇하지만 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하얀 털로 뒤덮인다.

보호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북극 여우. 여름철에는 거뭇거뭇하지만 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하얀 털로 뒤덮인다.

이렇게! [사진 캐나다관광청]

이렇게! [사진 캐나다관광청]

유콘 와일드 라이프 프리저브는 천천히 트레킹하듯 둘러봐도 좋지만 차량을 타고 보호소를 가로지르며 동물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가이드가 따라붙어 동물의 생태를 일일이 설명해준다. 동물과 관람객 사이에는 주먹이 쑥 들어갈 만큼 구멍이 숭숭 뚫린 철장만 가로막고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지만, 먹이를 주거나 쓰다듬는 것은 금물이다. 셀프 투어 15캐나다달러(1만3000원), 가이드 버스투어 22캐나다달러(2만원).

고양이과의 동물 애호가로서 꼭 보고싶었던 캐나다 삵. 보호소에 살고 있다는데 끝내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사진 유콘관광청]

고양이과의 동물 애호가로서 꼭 보고싶었던 캐나다 삵. 보호소에 살고 있다는데 끝내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사진 유콘관광청]

유콘 와일드 라이프 프리저브는 셀프투어, 버스투어 서비스를 운영한다.

유콘 와일드 라이프 프리저브는 셀프투어, 버스투어 서비스를 운영한다.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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