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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께 죄송"…父 유언 지키려 방한한 일본군 후손

중앙일보

입력

“전쟁이라는 미명 하에 비인간적인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싶습니다.”

부산 출신의 위안부 김 모씨에게 사과를 전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끝내 들어주지 못하고 지난 2002년 숨진 아버지를 대신해서 한 일본인이 8일 한국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과거를 외면하는 자는 현재가 보이지 않고 과거를 새기지 않는 자는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면서다.

8일본 후쿠오카현 병사·서민 전쟁자료관 부관장인 다케도미 지카이(63)씨가 부산 출신의 김OO씨라고 소개한 한 위안부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다케도미씨는 이날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이 사진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유물 30여점을 기증했다. 송봉근 기자

8일본 후쿠오카현 병사·서민 전쟁자료관 부관장인 다케도미 지카이(63)씨가 부산 출신의 김OO씨라고 소개한 한 위안부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다케도미씨는 이날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이 사진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유물 30여점을 기증했다. 송봉근 기자

일본 후쿠오카현 병사·서민 전쟁자료관 부관장인 다케도미 지카이(63)씨는 이날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부산 출신의 김OO씨’라고 밝힌 한 위안부의 사진 원본을 기증했다.

다케도미씨는 이날 위안부 김씨의 사진 1장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 사진 사본 10여점과 일본군에게 조선인 학생들이 보낸 위문편지 원본 3점 등 30여 점을 함께 기증했다.

8일 오후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열린 유물기증식에 참석한 일본 후쿠오카현 병사·서민 전쟁자료관 부관장인 다케도미 지카이(63)씨가 조선 학생들로부터 받은 일본군 위안편지와 일본군 사진 등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 등 30여 점의 자료를 이날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기증했다. 송봉근 기자

8일 오후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열린 유물기증식에 참석한 일본 후쿠오카현 병사·서민 전쟁자료관 부관장인 다케도미 지카이(63)씨가 조선 학생들로부터 받은 일본군 위안편지와 일본군 사진 등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 등 30여 점의 자료를 이날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기증했다. 송봉근 기자

위안부 사진은 일제강점기에 미얀마(당시 버마)에 주둔한 일본군 야전사령부에서 근무한 다케도미씨 부친이 같은 부대 전우로부터 "이 위안부에게 사과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받았다.

다케도미씨의 부친은 친구의 부탁을 받고 오랫동안 김씨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찾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대신 아들에게 “친구를 대신해 사과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일본 후쿠오카현 병사·서민 전쟁자료관 부관장인 다케도미 지카이(63)씨가 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사죄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제공=연합뉴스] 

일본 후쿠오카현 병사·서민 전쟁자료관 부관장인 다케도미 지카이(63)씨가 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사죄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제공=연합뉴스]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측은 이 사진을 바로 전시하지 않고 행방을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역사관 관계자는 “다케도미씨와 같은 자기고백 형식의 증언이 향후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에 대응할 귀중한 증거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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