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향해 미사일 위협한 북, 한국계 캐나다 목사 석방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한국계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를 석방하기로 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재판소의 2017년 8월 9일부 판정에 따라 우리 공화국(북한)을 반대하는 적대 행위를 감행한 이유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언도받고 교화 중에 있던 캐나다 공민 임현수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병보석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통신은 그가 북한을 떠났는지, 그의 건강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임 목사는 지난 2015년 1월 북한 나선지역에서 평양으로 이동하다가 체포돼 같은 해 12월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미국과 한국을 향해 미사일 공격 위협을 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이날 오전 총참모부와 전략군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각각 발표하고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 징후가 보이면 서울과 남반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총참모부)거나 "화성-12형 미사일을 동원해 괌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한국과 미국을 향해선 미사일 위협을 하면서도 캐나다 국적이긴 하지만 한국계 임 목사를 석방한 것이다.
 이와 관련, 고유환 동국대(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건 새 대북제재(2371호)에 대한 반발로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나가겠다는 메시지"라며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에는 인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임목사를 석방시키는 이유를 병보석이라고 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고 교수는 또 "북한이 위협을 높이고는 있지만 군사적인 충돌까지는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며 "미국과 한국의 향후 태도에 따라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제스쳐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평양을 관광 중 국가전복죄로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웜비어 사건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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