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 석탄 실은 배, 중국 배와 부딪혀 침몰 … 북 “500만 달러 물어내라” 지루한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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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싣고 중국 항구에 정박 중이던 북한 화물선이 중국 선박에 부딪혀 침몰해 북·중 간 배상금 협상이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3월 롄윈강 내항 입항했던 배 #중 인도 거부에 장기 정박하다 사고

중국 정부 소식통은 7일 “장쑤(江蘇)성 롄윈강(連雲港)시 내항에 정박 중이던 북한의 석탄 운반선이 지난 3월 중순 심야에 중국 선박에 배허리 부분을 부딪혀 그 자리에서 침몰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 화물선은 석탄을 싣고 입항했으나 중국이 유엔 제재를 들어 인도를 거부하자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항구에 배를 장기 정박시켜 둔 상태였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북한산 석탄의 연간 수입물량 한도를 규정한 안보리 결의 2321호에 따라 2월 중순 이후 일체의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고를 일으킨 배는 중국 국영기업 소속 선박이었다. 소식통은 “시계 확보가 어려운 자정 무렵 일어난 사고로 고의적으로 들이받은 것은 아니었다”며 “북한 선원들은 모두 롄윈강 시내의 호텔에 묵고 있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침몰한 선박은 아직 인양되지 않은 채 바닷속에 잠겨 있는 상태다.

사고의 책임이 중국 측에 있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 북한 측과 중국 유관 기관 사이에 배상 협상이 시작됐다. 북·중 간 초유의 선박 배상 협의가 시작된 것이다. 북한 측은 평양에서 파견된 인사가 협상에 나섰고 중국은 외교부와 교통부, 해사국 등이 협상에 참가했다. 북한측은 선박에 대한 배상과 석탄 값을 합쳐 500만 달러(약 56억원)가량의 배상을 요구했다. 양측은 몇 차례 협상을 열었으나 배상금액에 대한 견해 차이로 최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고가 난 롄윈강 항구는 산둥성 르자오(日照) 등과 함께 북한산 석탄 수입 항구로 활용해 온 곳이다. 롄윈강 해관(세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롄윈강 항구를 통해 181차례에 걸쳐 모두 84만t가량의 석탄 수입이 이뤄졌으며 이 중 대부분은 북한산 무연탄이었다. 한 소식통은 “금액은 절충 중에 있으며 쌍방이 양보해 적정한 선에서 곧 타결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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