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도 마르기 전에 제기되는 대북 제재 회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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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제재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에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 빠지면서 제재 효과가 크지 않을뿐더러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핵심이다.

북한에 치명적일 원유 공급 중단 빠져 실효성 의문 지적 # 중국ㆍ러시아가 충실히 이행한다는 보장도 없어 # 2006년부터 8차례 제재안 의결했지만 북 여전히 핵 개발 # #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중국과 러시아까지 찬성해 만장일치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것 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통했고 선택도 옳았던 외교승리”라고 추겨세우면서도 결의안 2371호가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WP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무기에 집착하다간 너무 많을 것을 잃게 된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 한 제재가 실효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 [AF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 [AFP=연합뉴스]

CNN은 중국이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 강화라는 미국의 요구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강화에 맞서 전략적 완충지로서 북한을 유지하려는 바람 사이에서 포지셔닝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이번 제재로 차단될 북한의 연간수출액) 10억 달러는 중국의 유엔제재 이행에 달렸다. 우리는 중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11년간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러시아도 “제재는 북한의 경제적 억압을 위해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2006년 이후 이번까지 총 8건의 제재를 결의했지만 북한은 핵 야욕을 제어하지 못했다. AP통신은 “북한은 수십 년간 경험을 통해 무역ㆍ금융 거래를 피하는 법과 중ㆍ러가 동맹국을 감시하는 데에 별로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고 해석했다. 이 통신은 “현재 미국의 입지는 아무리 많은 제재도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궁지에 몰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새 제재가 북한 수출액의 3분의 1 이상을 차단한다면 북한 정권은 핵미사일 개발을 멈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고통을 참는 데 능숙하다”고 답했다.

‘38노스’의 공동 설립자인 조엘 위트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재안 관련 글에 대한 비판을 올렸다. [38노스 트위터 캡쳐]

‘38노스’의 공동 설립자인 조엘 위트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재안 관련 글에 대한 비판을 올렸다. [38노스 트위터 캡쳐]

또한 미국의 북한감시 매체인  ‘38노스’의 공동 설립자인 조엘 위트는 이날 38노스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에 미안하지만 대북제재안이 15대 0으로 채택된 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유엔 안보리에서는 1718호(2006년)ㆍ1874호(2009년)ㆍ2087호(2013년)ㆍ2095호(2013년), 2270호(2016년) 등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부연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가짜뉴스 미디어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이 ‘15대 0’ 찬성으로 가결된 것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제재안이 자신의 업적임을 부각시켰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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