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성희롱' 논란 기자 사과 "남고 동창처럼 친해지다보니...죽고싶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마트폰 자료사진. [연합뉴스]

스마트폰 자료사진. [연합뉴스]

전날인 7일 YTN 보도로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동료 여성 기자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오갔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확산한 가운데, 사건의 당사자인 한 기자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해당 사과문은 같은 매체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A언론사의 B기자는 사과문을 통해 "미안하다. 할 말이 없다"고 말하며 "(보도) 내용 사실이고, 예전에 내가 말했었던 남자 4명 방 그거였다"고 밝혔다.

7일 YTN에 따르면 남성 기자 4명이 함께 들어가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는 동료 여성 기자들을 두고 "가슴만 만져도 리스펙트", "선배가 약간 파인 옷을 입고 왔었는데 에스컬레이터 내려갈 때 뒤에 서서 가슴 보려고 목 빼고 있다가 걸린 것 같다" 등 노골적인 성희롱 대화가 오고 갔다. 피해자 C씨가 우연히 해당 대화방을 발견하고, 언론에 제보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YTN 홈페이지 캡처]

[YTN 홈페이지 캡처]

B기자는 사과문에서 "사실 이곳에서 기사도 서로 봐주고 정보공유도 하고 오찬도 잡는, 그런 꾸미방이었다"며 "점차 현장에서 친해지다 보니 같은 남고 동창처럼 매우 친해졌다. 혹독한 사회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했다. 그러다가 점차 여자 얘기가 나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B씨는 자신의 성희롱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변명으로 들리겠고, 믿지 않겠지만, 저 기사에 나오는 내용에 내가 쓴 건 단 하나도 없다. 정말 사실이다"라며 "처음에는 하지 말자고도 얘기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고, 결국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B씨는 이어서 "하지만 모든게 내 잘못이고, 내 불찰"이라며 "아무런 죄의식없이 지켜봤다는게,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고 나도 웃으며 방조했다는 것, 정말로 큰 잘못으로 알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한심하고 참담해서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무엇보다 동기들에게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너무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한심하고 참담해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YTN에 따르면 해당 단체 채팅방에서 이름이 언급된 피해자 C씨는 현재 심리치료를 받는 등 성희롱 피해에 따른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