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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미국 정치판 뒤집기 꿈 … 2020년 대선 기다리는 ‘샌더스 키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
버니 샌더스 지음
김수민·한상연 옮김
원더박스

버니 샌더스(75)는 우리 기억에서 벌써 가물가물한 인물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에서 그가 촉발한 ‘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미국 대선에 79세 나이로 샌더스가 나온다면 트럼프를 큰 표차로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정치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꿈을 꾸게 된 ‘샌더스 키즈’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샌더스가 일으킨 돌풍의 배경은 중산층·노동계층의 몰락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극우파’ 트럼프 쪽으로, 일부는 ‘극좌파’ 샌더스 쪽으로 움직였다. 많은 젊은이에게 샌더스는 미국의 미래였다.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20~30대 유권자 지지율 1위를 확보했다. 샌더스가 유럽 정치인이었다면, 온건 우파나 중도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자칭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샌더스는 미국 정치 지형에서 충격 그 자체였다.

미 대선일 일주일 후에 나온 샌더스의 자서전인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은, 트럼프 당선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미국인에게 단비 같은 책이었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올랐다. 대필 작가 없이 직접 쓴 책이다. 이 책의 미국 순회 홍보 행사에서 샌더스와 마주친 일부 지지자는 눈물을 펑펑 쏟거나 눈물을 삼키려고 기를 썼다.

이 책은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의 ‘앞’ 얘기와 ‘뒷’ 얘기를 다룬다. 책 후반부는 앞으로 미국이 채택해야 할 미래 정책의 청사진을 거대 자본과 과두제 정치구조 타파를 중심으로 제시한다.

국내 정치와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샌더스는 사회정의가 실현돼야 일자리도 늘어나며, 정치를 돈이 좌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매체들이 화급을 다투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가십이나 다루고 있다며 ‘평행 우주’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공격하기도 한다. 스칸디나비아식 복지국가를 설득력 있게 홍보하는 책이기도 하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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