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
버니 샌더스 지음
김수민·한상연 옮김
원더박스
버니 샌더스(75)는 우리 기억에서 벌써 가물가물한 인물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에서 그가 촉발한 ‘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미국 대선에 79세 나이로 샌더스가 나온다면 트럼프를 큰 표차로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정치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꿈을 꾸게 된 ‘샌더스 키즈’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샌더스가 일으킨 돌풍의 배경은 중산층·노동계층의 몰락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극우파’ 트럼프 쪽으로, 일부는 ‘극좌파’ 샌더스 쪽으로 움직였다. 많은 젊은이에게 샌더스는 미국의 미래였다.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20~30대 유권자 지지율 1위를 확보했다. 샌더스가 유럽 정치인이었다면, 온건 우파나 중도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자칭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샌더스는 미국 정치 지형에서 충격 그 자체였다.
미 대선일 일주일 후에 나온 샌더스의 자서전인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은, 트럼프 당선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미국인에게 단비 같은 책이었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올랐다. 대필 작가 없이 직접 쓴 책이다. 이 책의 미국 순회 홍보 행사에서 샌더스와 마주친 일부 지지자는 눈물을 펑펑 쏟거나 눈물을 삼키려고 기를 썼다.
이 책은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의 ‘앞’ 얘기와 ‘뒷’ 얘기를 다룬다. 책 후반부는 앞으로 미국이 채택해야 할 미래 정책의 청사진을 거대 자본과 과두제 정치구조 타파를 중심으로 제시한다.
국내 정치와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샌더스는 사회정의가 실현돼야 일자리도 늘어나며, 정치를 돈이 좌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매체들이 화급을 다투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가십이나 다루고 있다며 ‘평행 우주’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공격하기도 한다. 스칸디나비아식 복지국가를 설득력 있게 홍보하는 책이기도 하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