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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항암제 내성 극복한 신약 나와도 그림의 떡?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권선미 기자] 폐암은 조용한 암으로 불린다. 폐에는 감각세포가 없어 암 덩어리가 커져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숨을 쉬기 힘들거나 가슴 통증이 느껴졌을 땐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사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1만 7399명(2015년)으로 전체 암 사망자의 22.6%나 된다. 다행히 첫 폐암 표적치료제 이레사를 비롯해 면역항암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신약이 나오면서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다.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구토를 유발했던 고통스러운 항암 부작용이 줄어들면서 삶의 질도 개선됐다. 

희망고문으로 전락한 혁신신약
문제는 급여다. 혁신신약은 약효는 뛰어나지만 약값이 비싸다. 환자 개인이 약값을 감당하기 어렵다. 치료 현장에서 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늦어지면 어떻게 될까. 환자 입장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다. 첫 폐암 표적항암제인 이레사가 국내에 들어올 때도 그랬다. 이레사 급여가 늦어지자 한 폐암 환자는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의 집을 찾아가 이레사 급여등재를 읍소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레사는 2001년 허가 전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Early Access Program)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이후 2003년부터 정식으로는 국내 유통·판매됐다. 폐암 환자에게 이레사의 등장은 신의 선물과 비슷했다. 하지만 폐암환자가 약을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레사는 2004년부터 순차적으로 급여기준이 완화됐다. 폐암 환자가 이레사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레사가 국내에 정식 유통된지 8년이 지난 2011년부터다. 급여 등재를 둘러싼 잡음은 젤코리·타쎄바 같은 혁신신약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한다. 젤코리 역시 1차 치료에서 급여를 승인받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환자 입장에서는 신약이 나올 땐 희망에 가득 찼다가 급여가 지연되면서 좌절을 느끼는 상황을 무한 반복하는 셈이다.

타그리소 급여 지연에 좌절감 커지는 폐암 환자들
폐암 환자들은 또 한 번 좌절에 빠졌다. 1차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암 덩어리가 다시 증식한다는 의미다. 최근 이같은 한계를 극복한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인 ‘타그리소’가 국내에 들어왔다. 이미 1차 표적항암제 내성이 나타난 사람에게는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특히 타그리소는 중추신경계까지 전이된 폐암환자의 종양 크기를 줄인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는 “타그리소의 임상적 치료 효과는 뛰어나지만 현재 표적항암제 내성이 나타난 폐암환자 중에서 이 약으로 치료받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우선 지난해 11월, 타그리소의 무상지원 프로그램 등록이 끝났다. 건강보험 급여는 늦어지면서 타그리소로 치료받으려면 약값을 환자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사실상 약값 부담이 커 타그리소로 치료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복되는 상황에 국내 폐암환자들이 새 정부의 건강보험 급여 정책에 주목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전면에 내세워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선별급여적용 항목을 확대하고 본인부담 상안핵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직 약제급여와 관련된 정책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을 놓고 봤을 때 혁신신약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정부의 건강보험 급여 정책이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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