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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강남아파트 7000만원에 사서 지금은 …한국 부자의 각별한 부동산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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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일어선 한국 부자들. 부동산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가지고 있다. [ 일러스트=강일구 ]

부동산으로 일어선 한국 부자들. 부동산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가지고 있다. [ 일러스트=강일구 ]

 한국 부자의 부동산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각별하다. 부동산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산을 불려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 부자들은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형성해왔을까.

KB금융 경영연구소 '2017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분석 #모든 자산 중 국내 부동산이 투자처 1순위로 꼽혀 #향후 가장 유망한 부동산은 재건축 아파트가 1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일 발표한 ‘2017 한국 부자(富者) 보고서’에서 한국 부자와 부동산에 대해 심층 분석했다. 여기서 부자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개인’으로, 총 400명을 설문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국 부자의 보유 부동산 규모는 평균 28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이 스스로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최초로 구입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21.6%)이 가장 많았고, 2000년대 초반(17.6%), 1990년대 초반(16.9%) 순이었다. 첫 부동산 구입 당시 연령대는 1970, 80년대 구입자의 경우 20대가 70% 넘게 차지했지만 점점 시기가 늦어져 2000년대엔 대부분이 30대(68.4%)가 돼서야 부동산 구입을 시작했다.

첫 부동산 구입지역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서울 강남 비중이 가장 컸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던 시기다. 이후 노원구·마포구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건설된 1980년대 후반엔 서울 강북이, 분당·일산 등 신도시 건설이 이뤄진 1990년대 초엔 경기 지역의 구입 비중이 높았다. 1990년대엔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 지역 부동산을 많이 샀다. 2000년대 들어선 다시 강남 비중이 증가했다.

1980년대에 부자들이 처음 구입한 부동산 평균 가격은 7000만원 수준이었다. 이후 1990년대 1억6000만원, 2000년대 4억원, 2010년 이후엔 5억3000만원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이는 앞서 신한은행이 ‘보통사람 보고서’에서 집계한 일반인의 첫 부동산 구입금액 패턴과 비슷하다. 다만 1990년대 초반엔 부자가 일반인의 2배 가격의 부동산을 구입했지만(1억4000만원-7000만원), 2010년 이후엔 3배(5억3000만원-1억7000만원)로 격차가 벌어졌다.

부자들은 어디에 살까. 조사에 참여한 한국 부자의 거주지역은 서울 강남(39.9%), 경기(20.7%), 서울 강북(14.5%) 순이었다. 이들의 최초 구입지역과 비교하면, 서울 강남으로는 부자들이 유입된 데 비해, 서울 강북에선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많았다.

사는 곳을 선택한 이유는 지역별로 제각각이었다. 강남 3구는 유독 ‘좋은 교육환경’(36.7%)을 선택 이유로 꼽았다. 반면 강남 이외의 서울은 ‘오랫동안 거주한 친밀감’(27.5%), 경기도와 지방은 ‘주변 환경이 쾌적함’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부자가 생각하는 부촌(富村)은 어디일까. 응답자들은 강남구 압구정동(47.4%), 용산구 한남동(21.9%), 강남구 청담동(21.2%), 강남구 대치동(19.1%), 서초구 반포동(10.1%)을 꼽았다(1, 2순위 응답 합계). 그러나 ‘향후 5년 내 부촌이 어디냐’고 묻자 답변이 좀 달라졌다. 압구정동(38.5%)의 비중은 다소 줄어들고 한남동(27.2%)이란 응답이 늘었다. 또 청담동, 대치동, 성북동, 평창동 같은 전통적인 부촌의 비중은 줄어들고 반포동과 잠실동은 늘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선 경기 분당구 판교동과 부산 해운대구 우동·좌동이 5년 뒤 부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부자들에게 부동산은 매력적인 투자자산이다. 다양한 투자자산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꼽으라고 했을 때 ‘국내 부동산’이란 응답(43.6%, 1+2순위)이 가장 많았다. 손실 위험 등을 고려했을 땐 국내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53.1%로 오히려 증가했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부자에 있어서 부동산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일 뿐 아니라 손실 위험 면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며 “투자 포트폴리오 상 부동산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은 어떤 부동산에 투자할까. 투자용 부동산을 따졌을 때 아파트 보유율(49%)이 가장 높았고 토지·임야가 48.7%, 빌딩·상가가 42.5% 순이었다.
총자산이 50억원 이상인 수퍼리치의 경우엔 아파트(46.9%)보다는 빌딩·상가(62.5%), 토지·임야(54.2%) 비중이 더 큰 게 특징이다.

한국 부자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2012~2014년 기간엔 감소세였지만 2015년 이후엔 모든 지역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향후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좋아질 거란 응답이 27.2%, 악화될 거란 답이 28.2%로 비슷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겠다’는 응답 비중은 20.2%로 낮았다. 현 상태를 유지(39.4%)하거나 전·월세 등 임대형태를 변화하겠다(22.3%)며 부동산 투자를 지속한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강한 애착이 드러난다.

향후 유망한 투자용 부동산으로는 재건축 아파트(27.7%, 1순위)를 첫손으로 꼽았다. 특히 이미 강남 3구 지역에 거주하는 부자들은 투자용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이 23.6%에 달했다.

빌딩·상가 투자가 유망하다고 응답한 비중도 26.2%로 높은 수준이었다. 재건축 아파트는 자산 50억원 미만인 그룹이 선호한 데 비해, 50억원 이상 수퍼리치는 빌딩·상가를 더 유망하다고 여겼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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