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신약 글로벌시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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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신약의 임상 시험을 위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임상 시험 비용이 워낙 싼데다 의약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는 최근 미국의 일라이 릴리, 스위스의 노바티스 등 굴지의 제약사들이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2004년 미국 제약사가 중국에서 실시한 신약 임상 시험 건수는 60건으로 전년의 26건보다 두배 넘게 늘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신약의 임상 시험 비용은 미국과 유럽의 3분의 1 정도다. 한 제약사가 최근 중국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용은 2만5000달러였다. 같은 임상 시험을 미국에서 실시할 경우 50만~100만 달러가 필요하다. 제약사들은 심장 질환 등 난치병 치료부터 다이어트용 의약품까지 다양한 신약을 중국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상하이의 한 병원 관계자는 "중국 인구 13억명 중 8억명이 건강보험을 갖고 있지 않다"며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신약 시험에 선뜻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는 달리 신약 임상 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 제약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큰 이유는 중국 보다 더욱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도 임상 시험을 철저히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04년 95억 달러로, 전년보다 28.4%나 급증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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