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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닭 볏인줄 아는데…" 임지호 셰프 모자에 담긴 나라 사랑

중앙일보

입력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 호프미팅에서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채소·소고기·치즈류로 안주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 호프미팅에서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채소·소고기·치즈류로 안주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에 걸쳐 주요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뤄진 간담회에서 만찬을 담당했던 임지호 셰프는 독특한 옷차림으로 주목받았다.

'방랑 식객'으로 유명한 임 셰프는 지난 27일과 28일 닭 볏 모양의 독특한 모자를 쓰고 무명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 그동안 흔히 봐왔던 셰프들의 옷차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닭 볏 모양 모자에는 숨겨진 반전이 있었다. 임 셰프의 모자는 닭 볏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기와의 처마'를 형상화한 것이다.

2007년 출간된 임지호 셰프의 저서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2007년 출간된 임지호 셰프의 저서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28일 임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 '호정'의 허지영 매니저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들 닭 볏인줄 아는데 이는 기와의 처마를 형상화한 것"이라며 "한국의 기상을 세계에 알리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허 매니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UN 한국 음식 페스티벌 당시 임 셰프는 한 해외 푸드 아트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이 모자를 쓴 임 셰프의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푸드 아트지에 동양인 요리사가 표지모델이 된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임 셰프가 입은 옷에도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다.

그가 입은 옷은 고(故) 김훈 디자이너가 지난 2003년 UN 한국 음식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임 셰프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김 디자이너는 임 셰프를 위해 장군복, 연주복, 생활복 콘셉트로 세 벌의 옷을 제작했는데 옛날 무명 옷감에 직접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등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옷의 등판에는 신라 기와에 있는 '도깨비 문양'을 수놓았는데 임 셰프는 국제 행사 때마다 이 옷을 입어 해외에서도 특이한 디자인의 옷으로 화제가 됐다고 허 매니저는 전했다.

허 매니저는 "김훈 디자이너가 고인이 되셨고 오래된 옷이라 낡기도 했지만 임 셰프가 좋아하는 옷이라서 특별한 행사 때마다 이 옷을 입는다"며 "청와대 행사에도 그래서 김훈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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