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부적격 교사' 감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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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D고의 한 교사는 상습적인 음주로 수업을 자주 빼먹었다. 수업 내용도 나빠 학부모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은 모두 교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 교육청이 최근 입법예고한 '부적격 교원' 기준(교직복무심의위원회 규칙안)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의 죄질이 '충분히'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직이나 감봉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교육 당국의 기준상 '부적격' 교원인지는 해임.파면될 정도의 범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경우에만 교직복무심의위원회에서 판단토록 했다.

교육부는 당초 "교원평가제가 교원구조조정 수단으로 쓰인다는 세간의 오해를 차단한다"며 교원평가제와 부적격 교사의 대책을 분리해 추진했다. 무능력 교사는 교원평가제로, 부적격 교사는 부적격 교사 퇴출방안으로 다스리겠다는 의미였다. 부적격 교원과 관련해선 ▶성적 조작▶금품 수수▶성폭력▶신체 폭력을 저지른 교사를 교단에서 영구 퇴출시키겠다고 큰소리쳤다. 학부모 단체가 참가하는 '교직 복무 심의위원회'에서 심사토록 해 '온정주의적' 징계 소지를 최소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규칙대로면 어차피 교단에서 해임이나 파면될 정도의 큰 잘못이 있는 교원만 심사하는 '꼭두각시' 심의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간 속앓이를 했던 학부모 단체들은 즉각 '솜방망이 처벌' '구색 갖추기'라며 반발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전히 "모든 비리를 위원회가 다 심의한다면 업무가 과다하다"며 "교사에 대한 무고도 있을 수 있다"고 감싸기에 바빴다. 교육부가 여전히 교사나 교원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원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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