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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설익은' 모노레일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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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그는 5.3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강남구 의회는 16일 그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정치인은 부고란에라도 자신의 이름이 신문에 한 번 더 나기를 원한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권 구청장 입장에서는 현직에서 마지막으로 언론에 부각될 수 있는 기회를 지나쳐 버리기에 아까웠을 만하다.

그러나 모노레일 건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0년 동안 논의돼 온 사안이어서 공사 일정이 최종 결정된 뒤 발표해도 전혀 급할 것이 없다.

여기에다 권 구청장은 연내 착공을 확신하고 있지만 실제 공사로 이어지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사업비를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강남구는 총 사업비 2000억원 가운데 1200억원은 민자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나 아직까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기업은 없다. 나머지 800억원은 국비 또는 시비로 충당할 예정이지만 정부나 서울시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기획예산처의 타당성 검토 결과가 나온 뒤에야 따져볼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또 서울시는 고가도로를 없애는 정책을 펴고 있어 선뜻 사업을 승인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자 동네' 강남구에 새로운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모노레일이 통과하는 도로변에 있는 건물주의 반발을 무마하고 정류장 부근에 환승 주차장을 건설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강남구청장을 세 번 연임해 '행정의 프로'로 불리는 권 구청장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는 "이 사업은 내가 퇴임하더라도 전혀 지장 없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서울시 관계자마저도 "착공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상우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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