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한ㆍ미FTA 주도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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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중앙포토]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중앙포토]

노무현 정부 시절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문재인 정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내정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 등에 따르면 김 전 본부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교섭본부장에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해 중소기업청에서 격상된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차관급인 통상교섭본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설치하는 내용의 새 정부조직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전 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ㆍ미 FTA 개정 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익 우선의 통상 협상을 지휘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미 인력풀’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민간인 최초로 임명된 김 전 본부장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지휘했다.

김 전 본부장이 쓴 『김현종, 한ㆍ미 FTA를 말하다』(2010년)에 따르면, 2004년부터 노무현 정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게 된 그는 이듬해 9월 노 전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 시 한ㆍ미 FTA 협상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2007년 6월 한ㆍ미 FTA 서명식을 마쳤다. 이후 김 전 본부장은 2009년 3월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으로 전격적으로 영입된 후 2011년 말 퇴직했다. 퇴직 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2월엔 민주당에 영입됐다가, 지난해 11월 WTO 상소기구 위원으로 선임됐다.

새 통상교섭본부장에 김 전 본부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만약 김현종을 임명한다면 촛불혁명을 배신한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농은 이날 “김현종씨는 농민들의 고통과 호소를 외면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던 장본인으로 일고의 반성도 없이 삼성에 입사해 관피아(정경유착)의 본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낸 사람”이라며 “특히 문 대통령이 벼 수매가 환수, 밥쌀 수입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김현종을 임명할 경우 농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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