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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가운데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잘 지켜지고 있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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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1월 10일 조선총독부는 ‘각종 의례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번잡하다며 '의례준칙'을 발표했다. [사진 중앙일보]

1934년 11월 10일 조선총독부는 ‘각종 의례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번잡하다며 '의례준칙'을 발표했다. [사진 중앙일보]

우리가 전통으로 알고 따르는 장례 문화의 상당 부분은 일제강점기의 잔재다. 1934년 11월 10일 조선총독부는 ‘각종 의례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번잡하다며 '의례준칙'을 발표했다.

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지난 2015년 4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혼상제가 우리 문화에서 차지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이를 바꿔 일제 식민통치를 더 굳건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고 분석했다.

전통 수의는 소재가 모두 누에고치의 실로 만든 비단이나 명주 또는 목화(木花)로 만든 무명이었다. [사진 중앙일보]

전통 수의는 소재가 모두 누에고치의 실로 만든 비단이나 명주 또는 목화(木花)로 만든 무명이었다. [사진 중앙일보]

실제로 의례준칙은 우리 전통 장례 문화 곳곳에 침투했다. 지금은 전통 수의의 대표가 된 삼베 수의도 일제의 영향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이전의 수의는 생전에 입던 옷 중 가장 좋은 것으로 마련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래서 묘를 옮기는 과정에서 간혹 출토되는 조선 시대 수의를 보면 대개 비단이나 명주로 만들어졌고 화려하다.

 조선 선조 때 전라도와 경상 병마절도사 등을 지낸 이응해 장군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수습된 수의류. 보존 상태가 좋고 이 외에도 18점이 함께 출토돼 복식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민웅기/지방/  (충주=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2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선 선조 때 전라도와 경상 병마절도사 등을 지낸 이응해 장군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수습된 수의류. 보존 상태가 좋고 이 외에도 18점이 함께 출토돼 복식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민웅기/지방/ (충주=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2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부모를 여읜 자식이 ‘나는 죄인’이라는 뜻으로 삼베 상복을 입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 학예연구관은 “일제가 만주사변·중일전쟁·2차대전 등 전쟁에 동원할 자원과 물자를 약탈해 가면서 조선의 경제 사정은 궁핍해졌다. 그러면서 좀 더 구하기 쉬운 삼베 수의가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2015년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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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제는 전통 상복인 굴건제복(屈巾祭服·거친 삼베로 만든 옷)을 생략하고 두루마기와 두건을 입도록 했다. 유족이 한복이나 일본 전통복장을 입었을 때 왼쪽 가슴에 나비 모양의 검은 리본을 달도록 했다. 또 양복을 입은 사람은 왼쪽 팔에 검은 완장을 달게 했다.

박태호 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실장은 “최근엔 아예 완장이 군 계급장처럼 변질됐다”며 “넉 줄 완장은 맏상주가, 석 줄은 나머지 아들들이, 두 줄은 사위가, 한 줄은 손자·형제 등이 각각 차는 게 마치 전통인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중앙일보]

박태호 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실장은 “최근엔 아예 완장이 군 계급장처럼 변질됐다”며 “넉 줄 완장은 맏상주가, 석 줄은 나머지 아들들이, 두 줄은 사위가, 한 줄은 손자·형제 등이 각각 차는 게 마치 전통인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중앙일보]

장례식장의 꽃도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고 한다. 전통장례에 사용된 꽃은 과거엔 상여에 다는 '종이꽃'이 전부였다. 특히 요즘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꽃 장식은 100% 일본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 전통은 영좌 뒤에 병풍을 치는 것이었다. 영정 주변에 꽃을 계단형으로 꽂고 높게 쌓아 올리는 스타일은 2000년대 일본 방식으로 알려져있다.

 단국대, 전통수의 특별전시회 개최  (용인=연합뉴스) 단국대학교 대학원 전통의상학과는 조선시대 출토복식을 고증해 제작한 전통수의 특별전시회 &#39;땅으로 시집가는 날&#39;을 연다고 15일 밝혔다.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서 규정한 조선시대 장례예법과 절차에 따라 제작된 수의,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출토복식을 분석해 만든 비단수의 총 52종 100여점이 전시된다. 단국대가 고증해 제작한 남성수의. 2016.2.15 <<단국대>>  you@yna.co.kr/2016-02-15 14:22:33/<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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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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