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방향/문재인 꺼내든 ‘3% 성장론’ 뒷받침한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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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추경)이 빨리 집행되기만 한다면 다시 3%대 경제 성장 시대를 열 수 있다”

정부, 올해 성장률 3%로 전망..지난해 12월 전망치(2.6%)보다 0.4%p 올려 #문재인 대통령, "추경 집행되면 3%대 성장 가능" 말해 # 수출, 투자 회복에 추경 효과..정부 "추경으로 0.2%p 성장 효과" #주요 기관 한국 성장률 2% 중후반 잡아..정부 성장률 낙관적 #잠재성장률 하락에도, "성장 방안 미흡" #"규제 완화해 기업의 투자 고용 유도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3% 성장론’을 꺼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한 건 2014년(3.3%)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올해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난 가운데 추경이 ‘마중물’이 되면 2%대 성장 벽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뒷받침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로 예상했다. 7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내놓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보다 0.4%포인트 높다. 정부는 “세계 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ㆍ투자 회복, 추경 등 정책효과에 힘입어 전년보다 개선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성장률은 2.8%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올해와 같은 3%로 관측했다.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로 잡았다. 지난해는 1%였다. GDP 디플레이터(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경제활동을 반영하는 종합적 물가지수)는 1.6%로 전망됐다. 이 수치와 GDP 성장률을 합친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4.6%로, 지난해 12월 전망 수준(3.8%)보다 0.8%포인트 올라갔다.

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기획재정부

성장률을 높여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수출과 투자 덕분이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5.9%, 설비투자는 2.3% 각각 감소했는데, 올해는 반등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은 1년 전보다 15.8%, 설비투자는 14.1% 늘었다. 정부는 올해 전체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각각 전년 대비 10.2%, 9.6% 늘어날 거로 내다봤다. 올 하반기 수출과 투자의 증가율이 상반기에 비해 다소 떨어질 거라는 얘긴데, 이를 보완하는 건 추경이다.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추경이 국회 문턱을 늦게 넘어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집행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0.2%포인트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망한 3%는 다른 기관에 비해 낙관적이다.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올려잡는 추세이긴 하지만 3%에 미치진 못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투자은행) 10개사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6월 말 기준 평균 2.8%로 집계됐다. 추경 등을 감안해 5월 전망치(2.6%) 보다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연구기관은 한국의 성장률을 2% 중반대로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추경은 SOC(사회간접자본) 등에 직접 투자하기 보단 일자리 창출 성격이 짙어 당장의 성장률 제고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라며 “정부의 3% 전망에는 ‘목표’가 담겨있는 거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장률 추이[자료 기획재정부]

성장률 추이[자료 기획재정부]

올해 3% 성장률 달성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냐 여부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은 이미 2%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8~2.9%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3% 이하로 낮춰잡은 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낙관적인 시간을 보였다. 이찬우 차관보는 “잠재성장률이 3% 내외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과 임금 인상 등을 감안하면 3%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한은의 발표치보다도 낮다고 봐야 한다”라며 “현재 경기 회복세도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 여부는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성장 방안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재정을 써서 소득을 일시적으로 늘려주는 정책만 있을 뿐 전체적인 성장 방안에 대안 고민은 미흡하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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