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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The New York Times

상위 중산층은 미국을 어떻게 망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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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데이비드 브룩스 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NYT 칼럼니스트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대학 졸업자 집단은 자녀에게 특혜적 지위를 물려주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다른 계층 자녀의 기회를 제한할 때도 수완이 대단했다. 상위 중산층은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바로 자녀에게 투자했다. 모유 수유 비율은 상위 중산층 어머니가 고졸 어머니보다 높다. 수유 기간도 훨씬 길다. 삶의 여유가 있고 출산휴가 확보도 가능하다.

미국 부유층의 신분 대물림으로 #불평등 악화에 경제에도 악영향 #끼리끼리만 아는 문화 코드처럼 #안 보이는 장벽이 한층 해로워

상위 중산층 부모는 덜 부유한 부모보다 취학 전 자녀와 두세 배 많은 시간을 보낸다. 1996년 이후 부유층 가정의 자녀 교육비는 300% 가까이 증가했지만 다른 계층의 교육비 지출은 큰 변화가 없었다. 중위 중산층과 하위 중산층의 삶은 팍팍해졌다. 상위 중산층은 아이들이 그런 운명을 겪지 않도록 하려고 사력을 다했다. 물론 자녀를 위한 혼신의 희생이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자녀가 같은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는 최근 저서 『꿈을 쌓아두는 사람들(Dream Hoarders)』에서 고학력층이 어떻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사회체제를 구조적으로 조작하는지 상세히 서술한다. 가장 주된 수단은 주거지구 제한 규정이다. 고학력층은 포틀랜드·뉴욕·샌프란시스코 같은 곳에 많이 몰려 산다. 이들 도시에는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이 학군 좋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곳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주택·건축 규정이 있다.

이들 규정은 미국 전체 경제성장에 아주 파괴적 효과를 가져온다.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와 창타이 시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미국 상위 220개 대도시 주거지구의 제한 규정으로 64~2009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50% 이상 낮아졌다. 이들 규정은 불평등을 확대한다. 조너선 로스웰은 규정이 가장 엄격한 도시에 규정이 가장 덜 엄격한 도시의 규정을 부과한다면 동네 간 불평등 수준이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추정했다.

리브스가 주장한 두 번째 구조적 장벽은 대학 입학이다. 고학력 부모의 자녀들은 최고 교사들이 가르치는 학교에 다닌다. 대학들은 동문 자녀들을 선호한다. 대입 평가 기준은 경험을 확장하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인턴 기회가 많은 응시자에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다. 미 200대 대학의 학생 70%가 소득분배 상위 25% 출신이란 점은 놀랍지 않다. 미 명문 대학은 입학 기준을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특권의 산꼭대기에 앉아 있다. 장학금 제도를 마련해 나머지 학생에게 발 딛기도 힘든 작은 사다리를 줘 놓고는 평등한 기회를 줬다고 자위한다.

리브스의 책에 상당 부분 동의하면서도 그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강조하는 구조적 장벽보다 하위 80%를 분리하는 비공식적 사회 장벽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고졸 여성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샌드위치 가게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는 소프레사타·카피콜로·스트리아타바게트 같은 식재료가 들어간 ‘파드리노’ ‘포모도로’ 같은 이름의 샌드위치를 메뉴판에서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치 빠르게 다른 가게에 한번 가보자고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박찼다. 우리는 대신 멕시칸 요리를 먹었다.

미국의 상위 중산층은 그들과 같은 계층에서 자라난 사람이 아니면 해독 자체가 불가능한 문화적 표식으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구축했다. 그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신은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거다.

엘리자베스 커리드할켓 교수가 『작은 것들의 총합(The Sum of Small Things)』에서 주장한 것처럼 고학력 계층은 부(富)의 과시가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가진 소수의 사람만 통과할 만한 계급 장벽을 세운다. 교육받은 계층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만 편안히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밖으로 내쫓는 아주 미묘한 그물을 만들었다. 홀푸드(Whole Foods) 마켓 같은 매장에서 마주치는 사람 80%가 대졸자인 건 가격 때문이 아니다. 문화적 코드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는 부분적으로 공모를 통해 만들어진다. 교육받은 사람을 주변으로 끌어모으고, 그들과 연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나머지 사람은 넘지 못할 견고한 벽을 세운다. 교육받은 이들이 세운 계급 장벽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큰 해악을 끼친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나머지는 어떤 장벽이 있는지 모르고 이해할 수도 없다. 막연히 장벽이 있다는 것만 안다.

데이비드 브룩스 NYT 칼럼니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7월 10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