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대적 홍보나섰던 대동강맥주축전 개막 직전 돌연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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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달 말부터 진행할 예정이던 대동강 맥주축전을 취소했다고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 여행사가 밝혔다. [사진=고려여행사 홈페이지]

북한이 이달 말부터 진행할 예정이던 대동강 맥주축전을 취소했다고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 여행사가 밝혔다. [사진=고려여행사 홈페이지]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한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Koryo Tours)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애석하게도 2017년 평양 (대동강) 맥주 축전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오늘(23일) 통지 받았다”고 공지했다. 여행사는 “취소 이유는 불확실하며, 이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조만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는 가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여행사는 북한의 주요행사를 계기로 한 단체여행을 주선해 왔다.

북한 전문 여행사 "이유 알기 어려워. 가뭄 탓인듯" #미국민 여행 금지 조치등 외국인들 방북 축소 예상 때문일 수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이 2001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맞아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 될 전망이라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히는 등 북한 지역의 가뭄피해를 전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3일 “26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제2차 평양 대동강맥주 축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17일에도 “새로 생산을 시작한 밀맥주가 이번 축전에서 선보인다”고 공개하는 등 적극 홍보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취소 결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자국 국민들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시키는 미 국무부의 결정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1월 북한에 억류됐다 지난달 의식불명상태로 송환된 직후 숨진 오토 웜비어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8월말부터 자국민들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시켰다”며 “이런 결정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지자 북한이 아예 행사를 취소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재해설도 있다. 가뭄에 이어 북한에서도 집중호우로 인한 재해가 발생하자 축전을 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결정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고려여행사는 “커다란 성공을 거둔 지난해 축전에 이어 이번 축전은 올해의 하이라이트 행사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며 “관광객들이 축전에 참여하는 수백 명의 현지 주민들과 어울리고 소통할 훌륭한 기회였다”고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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