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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진도개, 경찰견 도전 … 몸값 10배 셰퍼드 자리 넘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을 통과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을 통과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에서 활동 중인 경찰견은 모두 150여 마리다. 독일의 국견(國犬)인 셰퍼드와 벨기에산 말리노이즈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레트리버(캐나다)와 잉글리쉬 스프링어 스패니얼(영국) 등으로 토종견은 한 마리도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진도개가 자신보다 몸값이 10배가 넘는 외래종 경찰견들에게 도전장을 냈다.

진도군, 경찰교육원 등과 육성키로 #몸값 싸고 탁월한 체력 등 강점 #선발된 1호 후보견 10주간 맹훈련 #경찰특공대서 폭발물 수색 등 수행

전남 진도군은 20일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도개를 경찰견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진돗개’는 품종 전체를 일컫는 표현이고, ‘진도개’는 진도에 살며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상 조건을 충족하는 개에 한정되는 이름이다.

경찰견 육성 사업에는 진도군과 경찰교육원, 전남대 동물자원학부가 힘을 모으고 있다. 진도군은 경찰견으로 키울 진도개들을 무상 지원하며, 경찰교육원은 훈련을 담당한다. 전남대 동물자원학부는 경찰견에 적합한 개체 선발과 성품 개발을 위한 관리체계 구축 연구 및 지원을 한다.

대한민국 1호 진도개 경찰견 후보는 이르면 이달 중 진도개사업소가 사육 중인 강아지들 가운데 뽑을 예정이다. 후보로 선발된 진도개들은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 내부에 있는 경찰견 종합훈련센터로 보내져 약 10주간 훈련을 받는다.

제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벽을 뛰어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제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벽을 뛰어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이후 경찰특공대에 배치돼 임무 수행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임무는 테러 방지를 위한 폭발물 탐지, 범죄 분위기 억제를 위한 위력 순찰, 주한 외국공관 안전을 위한 순찰, 실종자·사체 수색 등이다. 앞서 진도개는 군견으로 등록되고 국제인명구조견 적합성 시험에도 합격하는 등 우수성을 입증했다. 경찰견으로 투입되는 모든 진도개의 소유권은 진도군이 갖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들을 탄핵 이후 청와대에 남겨둔 채 나오면서 불거진 유기 논란 때문이다.

진도개는 약 7년 전인 2010년 미국에 가서 경찰견에 도전했으나 탈락한 적이 있다. 훈련에서는 뛰어났지만 실전에 약했다. 당시 미국 경찰관들은 “진도개는 기분 변화가 다소 심하고, 다른 개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지배하려고 해 팀워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진도개는 경찰견이 되기에 충분한 기본 자질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수한 체력이 대표적이다. 셰퍼드의 경우 한 시간 안팎이면 지치지만 진도개는 3~4시간 이상 활동할 수 있다.

청결한 점도 특징이다. 진도개는 자신의 몸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또 식사량이 외래종의 3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적고 분변의 양도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리하기 수월하다.

외래종에서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경찰견으로 온 셰퍼드 등 외래종 가운데 30%는 3세 안팎의 나이가 되면 고관절 탈골 현상이 일어난다.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아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훈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경찰견으로 육성이 됐음에도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에 조기 은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진도개의 경우 가격이 50만원 안팎이어서 경찰견으로 활동 중인 외래종 경찰견(500만~1000만원)에 비해 경제성이 높다.

이지웅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는 “대한민국 국견 진도개가 경찰견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구 및 지원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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