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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뎅기열 위험 지역, 동남아 여행할 땐 모기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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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용태순 교수의 건강 비타민

지난해 해외로 떠난 한국인은 2238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외국산 감염병’도 무차별적으로 국경선을 넘어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병 환자는 지난해 541명에 달한다. 그중에서 뎅기열 환자가 313명으로 가장 많다. 뎅기열을 전파하는 ‘이집트숲모기’는 아직 한국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연평균 200여 명 정도가 뎅기열에 걸린다. 대표적인 국내 모기 매개 감염병인 일본뇌염(2016년 28명)보다 환자가 10배 이상 많다.

매년 200여 명 감염, 일본뇌염 10배 #모기기피제·살충제·모기장 활용 #운동 후엔 샤워, 체온 낮춰야 안 물려

뎅기열 환자는 매년 7~10월에 증가한다. 방학과 휴가 때 동남아시아 등 뎅기열 발생 국가를 여행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2015년 뎅기열 환자 666명을 분석한 결과, 감염 추정 지역은 동남아시아가 603명(90.5%)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중에선 필리핀(256명)이 가장 많고 태국(86명), 인도네시아(84명), 말레이시아(41명), 베트남(34명) 등이 뒤를 이었다.

뎅기열은 세계 100여 나라에서 매년 5000만~1억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보통 뎅기열 정도로 그치지만 약 50만 명은 뎅기출혈열이나 뎅기쇼크증후군으로 진행한다. 이때 집중치료를 받지 않으면 20%가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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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을 일으키는 뎅기바이러스는 한번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이 형성돼 다시 감염되지 않는다. 다만 돌연변이 뎅기바이러스에 추가로 감염되면 처음보다 더 위험한 뎅기출혈열· 뎅기쇼크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모기는 뎅기열뿐 아니라 황열·웨스트나일열·치쿤구니아열도 전파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뎅기열 외에 다른 모기 매개 감염병 환자가 아직 없거나 있어도 1~2명에 불과하다.

모기는 ‘최악의 학살자’로 불린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인해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이 숨진다. 이 중 말라리아는 매년 2000만여 명이 감염되고, 약 65만 명이 사망한다. 모기의 종류는 3400여 종이며 우리나라에는 56종이 서식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모기는 이집트숲모기와 얼룩날개모기다. 이집트숲모기는 지카열·뎅기열 등 다양한 감염병을 옮긴다. 얼룩날개모기는 말라리아를 전파한다. 우리나라에도 말라리아를 옮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가 산다. 이집트숲모기는 열대·아열대 대부분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그만큼 감염될 위험이 크다.

모기 매개 감염병에 걸린 뒤 귀국하는 환자가 늘면서 일각에선 ‘이러다 풍토병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감염병 환자의 피를 빤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면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일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대표적으로 ‘하와이 뎅기열 사건’이 있다. 하와이에서는 1944년 이후 뎅기열 환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2001년 9월 해외에 나간 적이 없는 뎅기열 환자가 122명 발견됐다. 역학조사 결과 해외에서 뎅기열에 감염된 채 입국한 사람의 피를 빤 ‘흰줄숲모기’가 주위의 다른 3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나머지 119명은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았다.  모기 매개 감염병은 바이러스 보유자가 적을 때는 전파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한 지역에서 환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얼마든지 토착화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예방 수칙으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당연한 말 같아도 그 이상의 전략이 없다. 모기기피제·살충제·모기장 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기피제는 모기가 싫어하는 성분(DEET·IR3535)을 피부나 옷에 발라 사용한다. 이때 눈·입·상처 부위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살충제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특히 6세 미만은 살충제 성분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실내 취침 시에는 모기장 사용을 권장한다. 반면에 모기향은 개방된 장소에서 살충 효과가 적어 WHO에서도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모기는 검은색처럼 어두운 색을 좋아한다. 밤에는 밝은색 긴팔 옷을 입는 게 모기를 피하는 방법이다. 운동을 마친 뒤에는 체온이 올라 모기가 더 많이 달려들기 때문에 꼭 샤워하는 게 좋다.

◆용태순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기생충학·열대의학회장, 세계기생충학회(ICOPA, 2018) 조직위원장

용태순 연세대의대 환경의생물학 교수·열대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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