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장년층 스몸비(스마트폰)' 가장 많이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50대 이상 중장년층 ‘스몸비’(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는 사람들. ‘스마트폰’과 ‘좀비’를 조합한 말)가 다른 세대보다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행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50대 이상 연령층의 47.2%가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기능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치 자체는 19~29세(66.6%)와 30~39세(52.9%) 보다 아직 낮지만, 지난 2013년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즉 중장년층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례가 다른 연령층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연령별 스마트폰 문자 사용시기 비교>

단위: %, 자료: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단위: %, 자료: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교통안전 의식 및 자동차보험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고 이를 바탕으로 ‘2017 자동차보험 인식 및 국민 교통안전 의식 조사’ 자료를 제작했다. 지난 2013년에도 같은 취지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4년전 조사 결과와 최근 결과를 비교한 결과, 운전 중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기능을 사용한 비율은 30~39세가 87.9%로 가장 높았고, 19~29세가 86.3%, 40~49세가 87.7% 순이었다. 50세 이상은 75.6%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비율에서는 △19~29세(66.6%) △30~39세(52.9%) △50세 이상(47.2%) △40~49세(43.2%)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의 비율이 40대보다 더 높았던 것이다. 또한 2013년과 비교했을때 19~29세는 21.1%, 30~39세는 15.4%, 40~49세는 12.2%가 늘었지만 50세 이상의 경우 25.0%가 늘며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스몸비’가 젊은 층보다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스몸비’ 증가는 전세계 여러나라에서 골치를 앓고 있는 문제다. 스마트폰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걷다보면 다른 보행자와 부딪치면서 사고가 날 수 있고, 교통사고의 위험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위험에도 ‘스몸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많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011년 8.4% △2015년 16.2% △2016년 17.9%로 5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스마트폰 사용이 보행안전에 미치는 위험성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사고발생률이 약 7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김태호 박사는 “생활도로와 같이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이동할 때는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며 “보행자들은 스마트기기 사용을 자제하도록 습관을 바꿔야 하고, 스마트 기기 사용 등 부주의 운전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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