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집권당 대표는 가로막고 청와대가 푸는 정치, 정상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야 3당의 보이콧 철회로 국회가 어제 정상화됐다. 이에 따라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이달 통과엔 파란불이 들어왔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대통령 취임 두 달이 지나도록 조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회 파행으로 정부조직 개편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나라 안팎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이 마냥 늦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꼬이고 막힌 정국을 푸는 과정에서 국회를 멈춰 세운 집권여당 대표가 아무런 역할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문제다.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튼 건 청와대였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찾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대리 사과’하면서 협상 분위기를 만들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각이 많았지만 추 대표는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막판 우원식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치권 입장을 전달한 게 그나마 여당 존재감의 전부였다.

집권당 대표라면 산적한 국정 현안을 챙기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꼬인 정국은 풀고 여야 간 협상을 우선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더구나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회 파행이 촉발된 만큼 추 대표는 누구보다 수습에 앞장서야 했다. 그럼에도 추 대표는 당 안팎의 갈등이나 계속 부채질하고, 청와대가 직접 야권 협조에 나섰다. 그러니 ‘함량 미달’ ‘국정 운영 훼방꾼’이란 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추 대표는 이제라도 집권당의 실종된 정치를 복원시키는 협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무게감 있고 정제된 언어로 야권 협조를 구하는 게 출발점이다. 여소야대 정치 구도에서 여당 대표가 사사건건 야권을 비난하고 자극하는 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야당 시절의 무조건 반대나 한건주의 사고를 버리지 못한다면 대통령과 국민 모두에게 짐이 될 뿐이란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