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역사상 '최악의 인재' 간신히 면한 아찔한 순간

중앙일보

입력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항공 사고 사진.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사진 중앙일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항공 사고 사진.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사진 중앙일보]

항공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 산호세 머큐리 뉴스(San Jose Mercury News)는 지난 7일 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에어 캐나다(Air Canada) A320 여객기의 착륙 시도 당시 상황을 단독 보도했다.

7일 밤 11시 56분에 에어 캐나다 AC759 항공편은 14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채로 토론토 방향에서 접근하는 중이었다.

A320 여객기의 모습. [사진 중앙일보]

A320 여객기의 모습. [사진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국제선 비행기는 일반적으로 28-Left와 29-Right 활주로 중 한 곳으로 착륙한다. 파일럿 기준에서 28-Left가 좌측, 28-Right가 우측에 위치한다.

당시의 녹취록을 보면 에어 캐나다의 파일럿이 관제탑에 "활주로에 불빛이 보인다, 착륙을 허가하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관제탑에서 파일럿에게 "28-Right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을 허가한다. 그런데 28-Right 활주로에 당신의 비행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라고 답한다.

그런데 에어 캐나다 여객기는 28-Right 활주로에 착륙하지 않고 유도로(Taxiway) C에 착륙을 시도했다. 관제탑과 파일럿은 서로가 다른 활주로를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당시 유도로 C에서 대기 중이던 비행기 4대는 모두 승객들이 탑승해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파일럿은 어째서 활주로를 착각했을까? 유도로 C는 28-Right 활주로의 우측에 평행하게 위치한다. 그런데 28-Left 활주로가 폐쇄되어 불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 착륙을 위해 들어오고 있는 파일럿이 28-Right 활주로를 28-Left 활주로로, 유도로 C를 28-Right 활주로로 착각한 것이다.

[사진 NBC TV 캡처]

[사진 NBC TV 캡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판단한 관제탑은 에어캐나다 여객기에 회피기동을 명했다. 파일럿은 신속하게 머리를 돌렸고 첫번째 대기 중이던 비행기와 약 30미터의 차이로 사고를 피했다.

산호세 머큐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항공 컨설팅 전문가 로스 에이머(Ross Aimer)는 "만약 충돌했더라면 역사상 가장 심각한 항공 사고가 되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미국 연방항공국 (U.S.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은 더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