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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라드립니다] '재꽃' 박석영 감독이 꼽은 소녀들의 성장영화 8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들꽃’(2015)‘스틸 플라워’(2016)‘재꽃’(7월 6일 개봉)에서 갈 곳 없는 소녀를 찬찬히 바라보듯 담아낸 박석영(44) 감독. 그의 마음을 훔친 영화 속 소녀들을 소개한다.

안개 속의 풍경
1988|테오도로스 앙겔로플로스

두 남매는 기다리던 아버지가 오지 않자 무작정 그가 있다는 독일에 간다. 무임승차한 기차에서 쫓겨나 결국 삼촌을 만나게 된 남매. 그들은 아버지가 독일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박석영 감독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둘은 당시 비정한 시대가 남긴 상처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자아를 찾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끝없는 절망 속에서 희미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에 마음이 먹먹해지는 걸작.

뽀네뜨
1996|자크 도일론

“네살 배기 아이가 어머니의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뽀네뜨(빅토와르 띠삐솔)는 철저히 고립되는 길을 택한다. 또래 사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방 안에서 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다 꿈속에서 엄마를 만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될, 근본적 상실감을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 안아주고 싶은 띠삐솔의 탁월한 연기가 빛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4|미야자키 하야오

황폐해진 지구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소녀 나우시카(시마모토 스미). 자연의 경이롭고도 파괴적인 힘을 알고 있는 그는 바람계곡을 힘으로 점령하려는 왕을 설득한다. 박 감독은 “나우시카는 정직하고도 용기 있다. 또 남들이 소홀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고자 조용히 노력한다. 그 태도가 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환경에 관한 뼈아픈 메시지가 담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2001|정재은

“생애 처음으로 본 성장기 소녀의 영화였다. 스무 살이 돼 세상이 첫 발을 내딛는 여성들이 어려움과 슬픔을 교감하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남성으로서 알지 못했던 예민한 감성을 느꼈다.” 2000년대의 대표적인 여성 영화. 다섯 명의 소녀와 고양이, 그 사이에 펼쳐지는 흔들리는 청춘의 현실을 사실적이고 세심하게 담아냈다. 평단의 큰 호평을 받은 정재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들
2016|윤가은

같은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4학년 선(최수인)은 전학생 지아(설혜인)와 금세 친해진다. 개학이 되자 지아는 선을 따돌리는 보라(이서연) 편에 선다. 사랑하고 미워하길 반복하는 첫사랑 같은 우정. ‘우리들’은 그 속에서 요동치는 마음을 섬세한 손길로 보듬는 작품이다. 박 감독은 “선과 지아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세상을 현미경으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페르세폴리스
2007|뱅상 파로노드·마르얀 사트라피

이란에서 태어난 아홉 살 마르잔(키아라 마스트로얀니)은 보수적인 사회와는 상관없이 펑크록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소녀다. 이런 성격 탓에 자주 곤경에 처하자 부모는 마르잔을 오스트리아로 보낸다. 폭력적 정치 상황과 전쟁 속에 삼촌이 처형당하는 사건을 겪는 마르잔. 박 감독은 “극악한 시대를 극복해가는 마르잔의 모습이 큰 감동을 선사한다. 이란판 『안네의 일기』 같은 작품”이라 말했다.

천상의 피조물
1994|피터 잭슨

“이 영화는 ‘그간 내가 얼마나 여성 캐릭터를 단조롭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했다. 피터 잭슨 감독의 연출력에 새삼 놀랐다.” 때 묻지 않은 소녀 폴린(멜라니 린스키)은 활발하고 재치 있는 전학생 줄리엣(케이트 윈슬렛)을 만난다. 소설가라는 같은 꿈을 가진 둘은 우정을 넘어선 감정을 주고받지만 이내 비극적 살인 사건에 연루된다. 자연의 에너지를 한껏 선보이는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가 압권.

카비리아의 밤
1957|페데리코 펠리니

“사실 카비리아(줄리에타 마시나)는 나이든 매춘부다. 하지만 내겐 사랑을 꿈꾸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녀같다. 매번 사랑에 실패하지만 또 사랑을 믿으려 하고, 심지어 연인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살해당할 뻔 한다. 그 일을 겪고 눈물을 흘리다 미소 짓는 카비리아의 모습엔 깊은 슬픔보다는 삶을 긍정하는 강인함이 엿보인다. 그는 그렇게 한 발자국 더 나아갈 것 같다.”

정리=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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