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를 통해 검찰 문화 바꾸는 위재천 서산지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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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재천 서산지청장이 자작시와 서산지청 검사, 직원, 유관단체 임원 등이 지은 시를 모아 펴낸 『오월이 오는 길』이란 시집을 읽고 있다. 김방현 기자

위재천 서산지청장이 자작시와 서산지청 검사, 직원, 유관단체 임원 등이 지은 시를 모아 펴낸 『오월이 오는 길』이란 시집을 읽고 있다. 김방현 기자

“사고의 폭이 넓고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 시인입니다. 그래서 시(詩)를 통해 검찰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위재천(51·사법연수원 21기)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은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데 시만큼 좋은 것은 없으며, 유연한 사고는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고 결국 조직을 바꾼다"며 이같이 말했다.

위 지청장 시낭송회 수시 개최하고, 검찰 직원 등 작품 모아 시집 발간 #"사고의 폭이 가장 넓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 시인" #"시를 접하면 사고가 유연해져, 유연한 사고는 조직 바꾸는 데 기여" #서산지청 대검찰청 청렴도 평가에서 우수 청 선정, #조서받는 대신 영상녹화 수사 기법 등 도입

위재천 서산지청장이 집무실에서 서산지청 조직의 변화된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위재천 지청장]

위재천 서산지청장이 집무실에서 서산지청 조직의 변화된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위재천 지청장]

서산지청은 지난해 대검찰청 청렴도 평가에서 규모가 비슷한 전국 15개 지청에서 우수 청으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3/4분기 이후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등 4대 범죄 대응 우수 지청으로 꼽혔다. 2015년까지 매달 30여 건이던 서산지청의 고소·고발인 항고 건수가 지난해부터 7건 정도로 크게 줄었다.

위 지청장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시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1월 부임한 그는 서산지청 검사와 일반 직원, 법사랑 연합회 같은 유관단체 회원 100여명에게 시집을 구해 나눠줬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산지청 전 직원과 유관단체 임원 등과 함께 시 낭송회를 열었다.
지난 2월에는 서산지청 검사 10명과 과장 등 직원, 유관단체 임원의 자작시 43편과 그가 직접 쓴 110여 편을 모아 『오월이 오는 길』이라는 시집을 냈다. 서산지청 주관 각종 행사나 아침 직원 조회 시간에 시를 낭송하는 문화가 생겼다.

그는 1990년대 후반 평검사시절부터 수백 편의 시를 외웠다. 회식 자리에서는 늘 시를 낭송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한맥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위 지청장은 “검찰 조직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데에는 경직된 조직문화도 한몫했다"며 “발상을 전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결과를 내놓고 범죄 예방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양의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대신 영상녹화나 녹취 등의 기법을 도입해 조사를 효율적이고 간편하게 했다. 또 서산·당진시와 태안군 등 관내 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초등학교 주변 환경을 벽화그리기 등의 방법으로 개선했다.

관내 편의점 180여 곳에 무다이얼링 전화시스템을 구축해 사회적 약자가 범죄로부터 긴급 보호받을 수 있게 했다. 이는 다이얼을 누르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경찰과 바로 연결이 되는 시스템이다.

서산=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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