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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디자인 씽킹으로 일상의 문제 해결하죠, 메이커스카우트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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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들어가서 뭘 전공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공계쪽이 유망하다고는 하는데, 수학에 소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제 취미요? 음…. 드라마 보는 거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게 좋은 것 같긴 해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많은 친구들이 이루고 싶은 꿈이나 진로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매스컴에서 자주 조명되는 유망 직종을 말합니다. '부모님, 선생님은 어떤 학과로 들어가라고 하시던데'라며 주변 어른들의 조언을 언급하는 친구도 자주 보이죠. 그런데 평소 자신히 즐겨 하는 취미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기 어려워 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왜 이럴까요? 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게 힘이 들까요?

재미있는 것은 여러분만이 아니라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곰곰히 따져보면 좀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라온 환경, 경험, 지식, 개성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선호를 가지는 것이 이론적으로 옳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요즘 뜨는 학과나 직업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식사할 때도 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곤 합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구조적으로 '생각하기'에 시간을 들이기 힘든 고단한 환경 때문일 겁니다. 특히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고 취미에 대해 고민하기에 학생들은 너무 바쁘죠. 또 하나, 우리에겐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배운 경험이 드뭅니다. 여러분 가운데서도 진로를 찾으려고 책도 읽고 각종 설명회도 다녔지만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경험을 한 친구들이 무척 많을 겁니다. 인터넷에 널린 것이 진로 정보인데 이걸 나에 맞게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도 잘 몰라 답답한 경우도 흔하죠.

일상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게 돕는 디자인 씽킹

'디자인 씽킹'은 바로 그 '어떻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사고 훈련법입니다. 이 말은 미국 '비즈니스 위크'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 교수인 로저 마틴이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하네요. 그가 소개하는 디자인 씽킹이란 생각을 디자인하는 것, 즉 나의 새로운 생각을 보다 정교하게 생각하고 구성하고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마틴 교수는 이 개념을 신상품 개발에 몰두 중인 기업가들을 위해 만들었대요. 그는 『Design of Business』라는 그의 책에서 애플, 블랙베리 등의 신제품 사례를 들며 관찰-상상-구성이라는 세 단계에 맞춰 디자인 씽킹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씽킹의 영역은 상품 개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디자인 씽킹에 관한 가장 유명한 교육기관인 미국 스탠포드대 디자인스쿨(D.SCHOOL)에서 디자인 씽킹을 학습한 네 명의 대만 청년 리팅이·스신위·황즈엔·황칭웨이는 『디자인 씽킹 강의 노트』에서 '디자인 씽킹은 생활의 태도'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모든 사람은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힌다. 아침에 몇시에 일어날지부터 어떤 직장을 구해야 할지까지. 디자인씽킹은 이를 빠르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따라 생각하다보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주변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 진학 등 우리 일상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사용해야하는 것 역시 바로 이 디자인 씽킹인 겁니다.

메이커스카우트, 디자인 씽킹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디자인씽킹의 개념에 대해 설명 중인 임세은 메이커스카우트 총괄 매니저. 이날 자리에는 이에 관심있는 80여 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참석했다.

디자인씽킹의 개념에 대해 설명 중인 임세은 메이커스카우트 총괄 매니저. 이날 자리에는 이에 관심있는 80여 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참석했다.

지난 17일, 80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 모여 청소년 사회 참여 프로젝트 '메이커스카우트'가 진행하는 '청소년 디자인씽킹 체험 워크숍'에 참가했습니다. 대부분이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이다보니 조를 지어 앉아 있는 테이블엔 어색함이 감돌았죠.

이때 마이크를 들고 앞에 선 임세은 총괄 매니저가 '짜-잔!(ta-dah!)' 게임을 제안했습니다. 흔히 '탕', '수', '육'을 번갈아가며 외쳐야 하는 게임을 하다 한 친구가 틀리면 꿀밤이나 손목을 떼리는 것이 아니라 "짜-잔!"을 외치는 것이죠. 겨우 이름만 알고 있는 옆 자리 친구와 탕수육 게임을 하려니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짜-잔!'을 외칠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번졌습니다. 덕분에 파크 안이 금세 시끌시끌 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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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짜-잔!' 게임에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제가 스탠포드 디스쿨에 있을 때 학생들과 했던 게임이에요. 게임을 하다 대답을 잘 못 했을 때 벌칙을 받는 것보단 '짜-잔!'이란 말을 듣는 게 훨씬 기분 좋잖아요. 우리가 뭔가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에요.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라고 스스로를 야단치는 것보단 새로운 발견을 한 것처럼 '짠!'하고 크게 외쳐보세요. 실패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여겨질 뿐만 아니라, 실패를 했는데도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해낸 것 같은 성취감이 든답니다."

임 매니저는 이처럼 디자인 씽킹을 "실패하든, 성공하든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디자인 씽킹을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행위에 보람과 만족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죠. "무엇이든 계속해서 꾸준히 하다보면, 누구든 자기가 풀어야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디자인 씽킹은 한 번 해보는 것보단, 여기에 흥미를 가지고 이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디자인 씽킹의 5단계 프로세스

동영상으로 디자인 씽킹의 사례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학생들. 영상 속

동영상으로 디자인 씽킹의 사례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학생들. 영상 속 '브룩우드학교 디자인걸스팀'은 요양원의 할머니들을 위해 카드를 받쳐 놓을 수 있는 홀더, 열쇠를 쉽게 꽂을 수 있는 키홀더 등을 만들었다.

이날 학생들은 스탠포드대 디자인스쿨의 디자인 씽킹 훈련법 과정을 '가방 디자인하기'를 주제로 3시간에 걸쳐 압축적으로 배워봤습니다.

우선 첫 단계는 '공감하기(empathize)'입니다. 이날 윤 대표는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을 학생들과 함께 낭독하며 이것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죠. "대추나무는 대추 한 알을 붉게 읽히기 위해 쏟아지는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를 온 몸으로 견딥니다. 대추 한 알이 익는 데도 이렇게 고된 시간이 지나는데,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엔 얼마나 많은 배움과 경험, 실패와 시련이 찾아올까요? 공감은 디자인씽킹의 과정 중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그만큼 사람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것은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인 겁니다."

'깊은 공감'은 지금도 세상 곳곳에 놀라운 변화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금은 24살 청년이 된 캐나다의 19살 소녀 에덴풀은 고등학교 시절 인도네시아 친구로부터 물이 부족한 저개발국가의 현실을 듣곤 깊은 상심을 느껴 직접 태양광 정수기를 개발했답니다. 이 덕분에 에덴풀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30 under 30(30세 이하 리더 30인)’ 에너지 부문에 이름을 올리게 됐죠. 임 매니저는 '무지개 식판'을 또 다른 예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목동 양정중에 다니던 7명 학생들은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곤 식판을 새롭게 디자인 했답니다. 식판 위에 빗금을 그어 먹을 만큼의 양을 측정해 담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5개월 동안 100개의 시제품을 만든 끝에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고 합니다. 삼성은 이 식판이 학교·군 부대 등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2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했죠.

이날 학생들은

이날 학생들은 'Who/What/Why 기법'에 따라 자기가 만들고 싶은 가방 디자인을 구체화해 나갔다. 자기 자신 혹은 친구, 가족 같은 주변 사람들부터 운동선수, 몸이 불편한 사람, 여행객 등 다양한 사람의 상황에 공감해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감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어렵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간단한 룰을 따르면 좋습니다. 이날 학생들은 임 대표로부터 조금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웠는데요. 바로 'Who/What/Why 기법'입니다. "포스트잇의 상단에 Who라고 적고 공감의 대상자는 어떤 사람인지 적으세요. 누구를 위해 가방을 디자인할 것인지 고민해보면 돼요. 다른 포스트잇에는 What이라고 적고 공감의 대상자가 사용 중인 가방에서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지 적어보세요. 같은 방법으로 Why라고 적고 공감의 대상자가 왜 그런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을지를 쓰세요. 그런 다음 조별로 전지의 맨 위에 큼지막하게 Who, What, Why를 쓰고 그 밑에 조원들의 포스트잇들을 분류해 붙이세요."

가지고 있는 가방의 수가 많지 않고 학원 다니기 바쁜 중학생 그룹에서는 '많은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책가방', '무거운 짐을 넣어도 어깨가 아프지 않은 책가방'을 쓴 친구들이 많았죠. 고등학생 그룹에서는 '책을 많이 넣어도 디자인이 흐트러지지 않은 책가방', '학교에 노트북을 숨겨서 가져갈 수 있는 가방' 등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색다른 의견도 있었는데요. 조윤서 학생은 '아기를 안고도 편하게 쓸 수 있는 가방'을 적었는데요. 보육원 봉사활동을 했을 때 아기를 안은 채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기 힘들었던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임 매니저는 "다양한 경험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보다 풍부하게 한다"고 덧붙였죠.

이번에는 '문제 정의하기(define)'입니다. 위에서 나온 문제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활동인데요. 여기에도 방법은 있습니다. 'HMW 기법'이라 불리는, 'How Might We 진술기법'입니다. 해석하면 "우리가 어떻게 하면…."이라고 말하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설명하죠. 누군가 여러분에게 "어떻게 해야 A가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분은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운동을 열심히하고, 시험을 잘보고…."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A의 입장에서 이 대답을 생각해봅시다. 일단 너무 추상적인데다, 대부분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라 A가 '행복한 학교 생활은 글렀군'이라고 생각하며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크죠.

'How Might We 진술기법'은 이 추상적이고 거대한 계획들로 가득찬 문장을 실천하기 쉬운 작은 계획으로 채운 질문으로 바꿔줍니다. 이를 적용하면 여러분의 대답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A에게 좋은 친구들을 소개해줄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A를 집 밖으로 나가게 할까?", "어떻게 하면 A의 떨어진 수학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란 질문들로 다시 쓸 수 있죠. 어떤가요? 이 문장을 따라 생각하다보면 A가 한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편하지 않을까요?

각 조별 최종 시제품 디자인은 다른 조의 투표를 통해 정했다. 학생들은 가장 많은 스티커가 붙여진 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시제품을 제작했다.

각 조별 최종 시제품 디자인은 다른 조의 투표를 통해 정했다. 학생들은 가장 많은 스티커가 붙여진 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시제품을 제작했다.

'어떻게 하면 아침에 일어나 빠르고 완벽하게 가방을 싸야하는 학생들이 지퍼 빠짐 없이 여닫을 수 있는 가방을 만들까?', '어떻게 하면 가방을 자주 사용하는 학생들이 많은 책을 넣고도 예쁜 가방 모양을 유지할 수 있을까?' 등으로 HMW 문장을 만든 학생들은 3단계인 '아이디어내기(ideate)'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자리에서 또 다시 자신들이 만들 가방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로 이동해 그 조의 HMW 문장을 보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주는 거죠. 한 조는 '찍찍이나 버클을 이용한다'는 친구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4단계 시제품(prototype, 대량 생산에 앞서 미리 제작해보는 모형) 제작에 도전했습니다. '가방 몸체에 고무줄 밴드를 넣고 몸체의 양끝으로 나온 고무줄 매듭을 당긴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부직포와 고무줄을 이용한 주머니 모양의 가방 시제품을 만든 조도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이날 시제품을 첫 단추로 5단계 제품 제작에도 도전하게 됩니다.

상자·부직포·테이프·끈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

상자·부직포·테이프·끈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디자인 씽킹의 핵심을 훑으며 가방을 디자인했지만, 학생들 머리에서는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왔습니다. 임 매니저는 "스탠포드대 디자인 스쿨이 가르치는 디자인 씽킹 방법론과 3D 프린팅, 코딩, 아두이노, 앱 인벤터 등 다양한 메이킹 도구를 활용해 실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죠. 하지만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반복해 디자인 씽킹을 연습해나가다보면 학생들은 분명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한 반짝반짝한 제품 제작에 성공할 겁니다. 일상을 지치게 했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도 자신있고 당당하게 '진짜 나만의 답'을 말할 수 있겠죠.

글=이연경 기자 lee.yeongy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 작가(오픈 스튜디오)
참고 도서=『디자인 씽킹』, 『디자인 씽킹 강의 노트』

메이커스카우트 프로젝트 참가자 선발 일정

지원서류 접수 기간

6월 19일~7월 10일

1차 서류 발표

7월 12일

면접

7월 15일~16일

합격자 발표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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