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몰카' 반성하고 향응 수사 철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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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주지검이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현장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것 등과 관련해 지검 검사를 구속함으로써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직 검사가 '몰카' 촬영에 연루된 데다 무혐의 처리해준 피의자에게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의 수사관행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범죄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 수집 방법도 마땅히 다양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에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등 없이 흥신소를 동원해 몰래 카메라를 찍는다면 이를 어찌 정당한 증거 수집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로 '몰카'의 진상은 어느 정도 밝혀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K나이트클럽 업주로부터 향응을 받은 梁전실장이 수사 무마 청탁이나 금품을 받았는지, 그가 실제로 검찰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지난 5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업주로부터 청탁을 받았지만 개입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청와대 발표 후 梁전실장이 지난 4월에도 이 업주와 한 차례 더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드러나는 등 조사 결과에 허점을 드러냈다. 마침 검찰이 梁전실장을 오늘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최근 일련의 수사 등을 통해 모처럼 신뢰를 얻고 있는 검찰로선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입게 됐다. 여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검찰 독재' 운운하며 검찰에 대한 견제 필요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이든, 정치권이든 이번 일을 기회로 검찰을 흔들려 해선 안된다. 모처럼 걸음마를 내딛고 있는 검찰 독립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일을 수사 관행 개선과 윤리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역 토착세력과 유착하지 못하게 인사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사전 감찰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