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를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돈으로 밀어붙이는 것."
세계 PC(개인용 컴퓨터)업계 1위인 미국의 델이 채택한 전략이다. 업계 2위인 HP(휼렛 패커드)가 지난해 컴팩을 합병했는데도 출혈 가격경쟁에 밀려 올 2분기(5~7월)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에 그친 틈을 타 더욱 공세로 나선 것이다.
델은 2분기(4~6월)에 6억2천만달러(주당 24센트)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이익이 26%나 늘어났다.
그동안 가격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던 델은 다음달 새 학년 진입(미국은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됨)을 앞두고 20일(현지 시간) 더욱 공격적인 전략을 발표했다.
일부 최신 데스크톱 컴퓨터 가격을 6백달러에서 5백50달러로 낮췄다. 경쟁사들이 고작 10% 내릴 때 최고 22% 인하한 것이다.
또 17인치 평면 디스플레이 가격은 20% 낮춘 3백99달러로 정했다. 고급 성능의 프린터 가격은 79달러로 인하했다. 이 회사의 대변인인 웬디 기버는 "우리는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내린다"며 가격전쟁 전략을 분명하게 밝혔다.
델의 기본 전략은 박리다매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우선 가격을 낮추고 그 뒤에 업계 1위의 효과를 누린다는 것이다.
델이 이렇게 치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유통망 덕분이다. 경쟁업체들이 여러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높아지는 문제점을 직배(直配)시스템으로 해결했다.
반면 HP는 7월 말로 끝난 2분기 실적에서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 HP는 PC부문에선 돈을 벌지 못했고, 프린터와 서비스 등 합병 전 HP의 주력사업에서만 이익을 냈다. 칼리 피오리나 HP회장은 "컴퓨터업계의 지나친 가격인하 경쟁이 수익성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한편 델은 2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28%의 제품출하 증가율을 보였으며 시장점유율은 17.8%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PC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지만 이들의 PC 구매는 대단한 변화를 의미하는 '빅뱅'수준은 아니다"며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에 미리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심상복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