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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보도통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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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빙점'은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매주 수요일 발간하는 주간 부록이다. 중국의 민감한 사회문제를 심층 보도해 지식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청년보가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기관지라는 사실이다. 공청단은 실질적인 공산당의 청년조직으로, 인재를 당에 발탁하기 위한 일종의 예비조직인 셈이다. 이 조직 출신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막강한 권력기반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하나의 억측이 나온다. '빙점'사건은 당 중앙의 선전부문 최고책임자인 리창춘(李長春)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후진타오 정권 흔들기라는 설이다. 배후엔 장쩌민(江澤民)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편집장이 지칭하는 '일부 당 지도부'가 리 위원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확실한 것은 오랜 정치와 언론계의 마찰이 최근 표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 즉 공산당은 여전히 보도통제를 하고 있고, 언론통제 완화를 요구하는 언론인들의 의식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긴장하는 쪽은 후 주석이다. 2003년 사스 발생 때 언론의 사실보도를 강조하며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에 주력했던 후 주석이지만 언론통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위기감을 느꼈을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당국의 언론통제를 둘러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일간지 신경보(新京報)의 편집국장이 직위해제된 일이다. 한 지방의 농민습격사건에 관한 기사가 문제가 됐는데, 이 조치에 반발하는 기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중국에서 언론의 역할은 민주주의사회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실보도보다는 여전히 공산당 정책의 '선전'과 '교육'이 우선한다. 이념적으로는 당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선 도시 농촌을 막론하고 집단적인 폭력사태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직접행동이 늘어나는 것은 언론이 당의 귀와 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장경제와 해외문화 유입, 인터넷 보급 등 중국사회의 급속한 변화 앞에 중국 당국은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유학 출신 등 고등교육을 받은 중국의 젊은 언론인들은 자신의 기사와 양심.신념 사이에서 더욱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빙점'과 같은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앞으로 이런 보도통제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자립적인 의사를 갖게 된 중국 언론들이 국가와 사회 사이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리고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기치로 내건 후진타오 정권이 이에 어떻게 나올 것인가. 이들은 현재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고쿠분 료세이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정리=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