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해결사’ 자처한 서울 구의회 의장, 억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자치구 의회 의장 정모(56)씨가 분쟁 중재와 건설업체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챙긴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8일 3선 구의원이자 지난해 구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정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3선 구의원 정모씨, 1억 7300만원 챙겨 #도시시계획심의위원회 신분 이용 #경찰 수사 시작되자 증거인멸 시도

정씨는 2015년 5월 어린이집 원장 A(54ㆍ여)씨와 공사업자 간의 민ㆍ형사 분쟁을 중재한 대가로 차량(스타렉스) 구매대금 23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의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A 원장이 어린이집 인근의 신축 빌라공사 업체와 갈등이 일자 먼저 “내가 다 해결해 주겠다”며 접근했다. 그는 건설업자를 찾아가 “공사를 진행하려면 A 원장에게 합의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 의장은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위원이었다. 결국 건설업자는 5000만원을 A 원장에게 전달하고 공사가 진행됐다. 정 의장이 A 원장에게 합의금 5000만원 중 2300만원을 대가로 요구해 챙겼다는 것이 경찰의 수사 내용이다.

정씨는 같은 해 12월 구내 병원 신축을 추진하던 한 건설사의 임원(62)으로부터 부지 변경 청탁을 들어준 대가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씨가 공범들과 말을 맞추고 공여자 진술 번복을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