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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부동산 개발, 항공 등 새 사업에 팔걷는 애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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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롯데와 신세계 등 거대 유통기업들이 매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분야를 파고드는 유통업체가 있다. 애경그룹이다.

채배짱·안치밀 '처남매부 경영' 날갯짓 #유통 노하우 결합… 민자역사 재미 봤죠 #규모의 경쟁 대신 '될 곳을 확 밀자'작전

창업주 격인 장영신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거의 은퇴했다. 2세 경영 승계가 얼추 마무리됐다.

장 회장의 큰아들 채형석(46) 그룹 부회장과 사위인 안용찬(47) 애경 사장을 15일 함께 만났다.

[사진=안성식 기자]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 "큰 결정을 잘 내리는 추진력이 있다"(안→채) "경영능력을 갖춘, 애경의 복덩어리"(채→안)라고 치켜세웠다. 재계에선 채 부회장의 배짱과 안 사장의 치밀함이 조화를 이뤄 애경이 순항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1월 제주항공을 설립했을 때만 해도 안 사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술회했다.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실패했을 경우를 걱정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제주항공이 순항하고 있다. 안 사장은 "채 부회장이 한 번 중요한 결정을 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밀어붙인다"면서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 사업과 관련된 네트워크를 잘 만든다"고 평가했다. 채 부회장은 "안 사장은 우리 집과 인연을 맺지 않았어도 훌륭한 전문경영인이 됐을 것"이라며 "업종의 흐름을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근 20년을 함께 생활하면서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채 부회장은 향후 애경이 역점을 둬야 할 분야를 부동산개발업이라고 소개했다. 마침 애경은 2003년 2월 문을 연 수원민자역사 개발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쇼핑몰과 영화관 등을 유치, 수원 일대 소비문화를 이끌고 있다. 역사 내 애경백화점도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수원역사를 증시에 상장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채 부회장은 "애경의 오랜 유통 노하우와 부동산 개발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애경에는 ARD홀딩스와 AK네트워크라는 부동산 관련 회사가 있다. 채 부회장은 이 회사들을 3년 안에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일부 지방 대도시에 아파트와 쇼핑몰을 지을 부지를 확보해 놨다. 유통과 부동산이 어우러지는 전략이다.

그러나 채 부회장은 단서를 달았다. "'규모의 경쟁'을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롯데나 신세계처럼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습니다. 능력에 맞게 천천히 해나가겠습니다." 매출이나 점포 수를 늘리는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만약 점포를 늘린다면 경쟁력 있는 곳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수원역사에서 보듯 지역 1위 전략으로 나가겠다는 심산이다. 애경의 또 다른 블루 오션 전략이 제주항공사업이다. 6월부터 손님이 단 한 명일지라도 비행기를 띄우는 제3의 정기 민간항공사다. 물론 제주 노선에는 이미 거대 항공사들이 운항하고 있다.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블루 오션 전략으로 볼 수 없다. 채 부회장이 노리는 것은 그 틈새다.

"저렴한 요금, 정기적 운항, 최신 기종이라는 안정성으로 승부를 겨루겠습니다." 수익이 날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에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 비행기는 좌석 수가 74석입니다. 평균탑승 손님이 60명만 넘으면 대박이고, 50명만 넘어도 이익이 납니다. 제주항공은 10년 안에 애경의 주력 기업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애경의 기존 사업 강화에 힘쓰는 안 사장은 '접점 마케팅'을 제시했다. 제조업체와 소비자가 좀 더 가깝게 다가서는 기법이다. 그는 "대형 유통기업에 비해 애경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취향을 더 잘 알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그는 "히트 브랜드를 장수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부회장과 안 사장은=대학시절부터 친구의 친구 사이로 얽혀 알고 지내온 사이다. 채 부회장의 여동생 은정씨가 안 사장의 부인이다. 그렇다고 채 부회장이 여동생을 소개시켜 준 것은 아니다. 채 부회장의 외숙모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던 안 사장을 은정씨와 연결해주었다. 채 부회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미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안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

김동섭 산업데스크, 김필규 기자 <donkim@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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