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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두근두근 인터뷰] “르완다에선 밥 한끼 위해 네 시간 걸어 등교하죠” 임형준 WFP 한국사무소장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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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윤·표영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염원하는 전국 고등학생 프레젠테이션 결선 대회(http://www.ef.co.kr/asia/kr17-contest)가 지난 6월 10일 국민대학교 본부관에서 열렸습니다. 평창올림픽 공식 교육서비스기업인 EF코리아가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강원도교육청, 국민대의 후원을 받아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와 함께 진행했는데요. 대회에 참가한 710개팀 중 결선에 오른 10팀이 각축을 벌였어요. 영예의 대상은 "전세계인이 행복을 누리는 지구촌에 기여하는 멋진 올림픽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원주 상지여고 팀에게 돌아갔습니다.

[관계 기사]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EF 주최 전국고교PT 성료(http:www.joongang.co.kr/article/21659000)

열띤 대회도 흥미진진했지만 학생들에게 진지하게 조언해주는 심사위원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심사를 맡은 임형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 사무소장을 만났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꿈꾸는 최고의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하죠. 임 소장은 UN 공무원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답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WFP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적 지원 기구예요. 전 세계 92개국에서 1년에 8천만~1억명의 배고픈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게다가 WFP는 한국과 굉장히 인연이 깊어요. 1964년부터 84년까지 어린이 급식 지원도 하고 20년간 보릿고개를 넘던 어려운 한국인들을 많이 도와줬었죠."

-WFP의 목표는요?
"우리의 목표는 '제로 헝거(zero hunger)'입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의 기아를 끝내는 거죠. 가장 모범적인 나라가 대한민국이에요. 20년만에 WFP의 원조에서 졸업했고, 한 세대가 지나 이제는 반대로 아주 중요한 공여국(도움을 주는 나라)이 되었어요. 지원 규모로도 전 세계에서 20번째 안에 든답니다. 그 자체가 많은 나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되죠. 세계에서 가장 못살던 나라가 이제는 다른 나라들을 도와주는 국가가 되었으니까요. 예전에는 한국이 WFP의 원조를 받았다면, 이제는 한국 정부가 WFP와 협업해 많은 지원이 여러 나라에 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근무하면서 보람되었던 일은요?
“현장에서 일할 때 가장 보람차요. 온두라스에서는 급성 영양실조로 굶어죽어가는 야디라라는 아이를 만났어요. 가족에게 식량을 지원해주고 야디라는 병원에 이송해 영양식을 제공해줬죠. 결국 회복이 됐을 때 정말 보람있었어요. 우리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린 거잖아요. 또, 현장의 학교 급식 현장을 잊을 수 없네요. 밥을 배식해주면 아이들이 정말 흥분되고 기대되는 표정으로 줄을 길게 서서 밥을 차례로 받아 먹어요. 그때처럼 기쁠 때가 없어요. 학교에서 밥을 주는 것 자체가 아이들이 학교에 오게 하는 굉장히 큰 원동력이 됩니다."

-한국 고교생에게도 급식이 중요하긴 한데요. 르완다 아이들에겐 어떻게 다른가요.
"르완다에서 만난 한 아이는 걸어서 네 시간이나 걸려 학교에 온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면 7시 경에 학교에 도착하죠. 그 밥 한그릇 먹으려고 하루 8시간을 걷는 겁니다. 밥 먹으러 온 김에 교육도 받고, 결과적으로 그 교육 덕분에 아이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

-반대로 힘든 일도 많을 텐데요.
“위험한 지역에서 일하다 보니 힘든 일이 수도 없이 많았죠. 한번은 제가 탄 차가 절벽에서 굴렀어요. 다행히 차가 물로 빠져서 충격이 덜해 살았죠. 그 사고로 지금도 왼쪽 어깨가 불편해요. 아프리카는 워낙 내전이 많던 지역이어서 굉장히 힘들었죠. 가족도 피신시키고 2주 동안 집에만 갇혀서 무전기만 잡고 불안하게 지냈던 경험도 있어요."

-새 정권이 들어서며 대북관련 지원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UN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인도적 조취를 취할 예정인가요?
“WFP는 북한의 영양 문제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시기가 임산부가 태아를 임신한 직후부터 출생 후 만 2세까지, 약 1000일의 기간이에요. 이 시기에 전체 뇌의 70%가 성장하기 때문에, 이때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면 뇌가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신체 성장 잠재력이 크게 훼손됩니다. 심하면 아이큐가 30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WHO 보고도 있고, 평생 만성 질환에 시달리며 몸이 약해질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죠. 영유아, 임산부, 수유부에 대한 영양지원이 굉장히 중요해요.”

-제로 헝거 챌린지 캠페인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하는 활동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긴급구호처럼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인해 정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합니다. 말 그대로 'life saving operation'이죠.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기아와 빈곤에서 벗어나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발 사업이에요. 일단 제로 헝거를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야겠죠. 요즘 사람들이 기아가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잖아요. 그렇지만 비행기 타고 몇 시간만 가면 오늘 뭘 먹어야 할 지 걱정으로 눈을 뜨고, 밤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전세계로 따지면 8억 명이에요. 정부나 기업, 민간인들의 지원을 받아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저희가 하는 제로 헝거 활동이죠."

-홍보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주로 온라인을 통해 많이 해요. 페이스북이 저희의 가장 중요한 홍보 수단이고, 또한 네이버 해피빈 등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어요. 반대로 오프라인도 많이 하죠. 행사나 강연 등의 활동을 해요. 오늘 이 행사에 온 것도 홍보의 일환이죠. 이렇게 참가하니 이런 좋은 인터뷰도 하게 되고요. (웃음) 얼마 전에는 한남대에서 주최하는 모의유엔대회에 갔어요. 서아프리카의 제로 헝거를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좋은 자리였어요. 가끔씩 중고등학생들도 자발적으로 학교에서 제로 헝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모금활동도 해서 우리 사무실에 찾아오기도 해요. 학생들과 좀 더 연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홍보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제로 헝거의 실현을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인식변화가 중요할 텐데요.
“오늘 이 행사에 와서 청소년들이 정말 똑똑하고, 좋은 아이디어들도 많이 갖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케네디 대통령이 이런 말을 남겼죠. ‘Ask what you can!’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 하라. 제로 헝거를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어요. 페이스북 WFP 페이지(https://www.facebook.com/WFPKorea)에 좋아요를 누른다거나 학교에 가서 주도적으로 캠페인을 하거나 SNS에 공유할 수 있죠.”

이 기사를 통해 임형준 소장의 경험이 청소년 독자의 미래에 또 하나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취재·글=이채윤(서울 서문여고 2), 글=표영현 (서울 서초고 2) TONG청소년기자 광장지부
도움=권다은(전북대 2) TONG청소년기자 리더회
사진제공=EF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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