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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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각축'- 문인수(1945~ )

어미와 새끼 염소 세 마리가 장날 나왔습니다.

따로 따로 팔려갈지도 모를 일이지요. 젖을 뗀 것 같은 어미는 말뚝에 묶여 있고

새까맣게 어린 새끼들은 아직 어미 반경 안에서만 놉니다.

2월, 상사화 잎싹만 한 뿔을 맞대며 톡, 탁,

골 때리며 풀리그로

끊임없는 티격태격입니다. 저러면 참, 나중 나중에라도 서로 잘 알아볼 수 있겠네요.

지금, 세밀하고도 야무진 각인 중에 있습니다.


새끼 염소를 본 적이 있는가. 몸은 오로지 까맣고 눈망울은 빠져들 듯 맑다. 폴짝폴짝 뛸 땐 너무 예뻐 그 공중을 꼬옥 껴안고 싶어진다. 그놈들이 오늘 팔려나갈 모양이다. 장에 내놓은 새끼 염소들은 서로의 뿔을 부딪치고 있다. 막 솟는 뿔이 간질간질하기도 할 게다. 그네들이 이산(離散)을 알 리가 없다. 그럼에도 맑은 영혼의 시인은 그네들이 혹여 나중,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거든 서로 잘 알아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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