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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경고··· "빚에 짓눌린 고위험가구, 금리 1.5%p 오르면 6만 가구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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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으로 빚을 갚기 빠듯한 고위험가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금리인상으로 빚을 갚기 빠듯한 고위험가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일러스트=김회룡]

  앞으로 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지면 자산보다 빚이 많은 고위험가구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자산 다 팔아도 빚 못 갚는 고위험가구 부채 #금리 인상 시 62조 →76.6조원으로 급증해 #금융위, 취약차주 지원 대책 8월 발표 예정

22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 수는 8000가구 증가한다. 만약 대출금리 상승폭이 1%포인트이면 2만5000가구, 1.5%포인트 오르면 6만 가구가 고위험가구에 추가된다.

고위험가구란 연간 소득의 40%가 넘는 금액을 빚 갚는데 쓰고 있고(총체적상환능력비율 40% 초과) 금융ㆍ실물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자산평가액대비부채비율 100% 초과) 가구를 뜻한다. 지난해 기준 고위험가구 수는 31만5000가구(전체 가구의 2.9%),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62조원(7%)에 달했다. 따라서 만약 금리가 1.5%포인트 오른다면 고위험가구 수가 지금보다 20% 가까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오르면 고위험가구 수는 물론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 규모도 따라서 크게 불어난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4조7000억원, 1%포인트 오르면 9조2000억원, 1.5%포인트이면 14조6000억원의 고위험가구 부채가 늘어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경우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정도가 제한적이겠지만,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엔 고위험 가구 수와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취약한 차주들을 지원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8월 내놓을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에 연체위험 차주에 대한 원리금 상환 유예와 연체이자율 산정체계 개선 등 고위험가구를 위한 대책을 담을 예정이다.

금리인상은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두가지 측면이 모두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금융회사 수익성에는 긍정적이지만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드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경우, 시장금리가 오르면 되레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보유 중인 매도가능채권의 평가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29.7%포인트 하락한다. 시장금리가 1%포인트, 1.5%포인트 오르면 RBC는 각각 59.1%포인트, 88.2%포인트 떨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 RBC비율이 240.6%임을 감안하면 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이 비율이 152.4%로 떨어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15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단, 여전히 감독기준인 100%는 웃돈다.

신용카드회사도 금리인상 시 자산건전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사는 그동안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결제서비스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고금리 카드론 대출 영업에 열을 올렸다. 저금리여서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카드론 영업을 강화한 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카드사 자산 대비 카드론 비중은 2012년 말 22.2%에서 지난해 말 28.9%로 늘어났다. 또 은행ㆍ보험ㆍ상호금융ㆍ저축은행은 모두 저소득ㆍ저신용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데 반해 카드사는 오히려 저소득ㆍ저신용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말 9.9%에서 지난해 말 11.4%로 상승했다.

한은은 “저신용 차주 대출 등 위험자산을 늘려온 카드사는 향후 금리가 오르면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사의 고위험 대출에 추가 충당금을 적립토록 하는 등 강화된 충당금 적립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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