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취임 6개월 국정 시스템 점검] 부총리 - 정책실장 '경제 투톱'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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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경제팀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투톱(two-top)' 시스템으로 출발했다. 李실장이 장기국정과제를 맡고, 金부총리가 당면 현안을 챙기는 식의 역할 분담이었다.

그러나 투톱 시스템은 영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경제정책의 책임자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 1백여일 만에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역대 부총리와 경제수석들은 "경제정책은 부총리를 중심으로 조율하는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했다.

차라리 옛날식으로 가는 게 낫다는 얘기였다.

경제운용에 혼선을 부른 것은 살아 꿈틀대는 경제 문제를 인위적으로 장.단기 과제로 나눠 맡긴 투톱 시스템이 현실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법인세 인하 논란이었다. 金부총리가 경제회복을 위해 취임 일성으로 내건 법인세 인하 구상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 없다"는 李실장의 한마디로 힘을 잃었다.

법인세율의 조정 문제는 당장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주는 단기정책인 동시에 조세 형평성과 장기적인 국가 재정수입과도 직결되는 양면을 가졌기에 金부총리와 李실장 모두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현실적으로 정책결정에서 경제부총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줬다. 김영삼 정부 후반 강경식 부총리가 '성역'으로 간주됐던 금융실명제 보완방안을 밀어붙인 것이나, 김대중 정부 시절 진념 부총리가 청와대 실세인 박지원 당시 정책수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규제를 완화시킨 것에 비기면 경제부총리의 말발은 확실히 약해졌다.

이는 李실장과 金부총리 간에 공조체제도 여의치 않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투톱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처음부터 金부총리와 李실장이 파트너 의식을 갖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조율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크린 쿼터 문제는 정부 내 조정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노무현 대통령이 과제로 던졌고, 李실장과 金부총리가 모두 팔을 걷고 나섰으나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金부총리 스스로도 장단기 정책을 넘나들어 혼란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지난 6월 느닷없이 꺼낸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폐지'도 그중 하나였다. 결국 각계의 반대로 없던 일이 돼버렸지만, 시장의 불신만 키운 채 金부총리의 리더십도 크게 손상됐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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