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아동권리위에 “북한 송환된 어린이 48명” 답변…취약계층 인권문제 적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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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3년간 이웃 국가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어린이가 48명이라고 유엔에 밝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19일 최근 북한에 이웃 국가에서 송환된 아동의 수 등 북한 아동실태와 관련한 통계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고, 이에 대한 4만 4000자 분량의 답변을 북한으로부터 통보 받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질의서에 4만4000자 분량 답변 #북한 내 장애아동 수 등 상세히 공개

북한은 답변서에서 “48명의 어린이가 송환됐다(Forty-eight children were repatriated)”며 “일부 어린이들은 선동이나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양이 돼 동행자 없이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이 경우 어린이를 동반해 국경을 넘었다가 (북한으로)돌아온 성인들은 불법 행위의 동기, 목적을 고려한 후 적법한 처벌을 받지만 어린이에게는 처벌이 가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이웃국가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어린이가 48명이라고 밝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답변서 캡쳐]

북한은 최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이웃국가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어린이가 48명이라고 밝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답변서 캡쳐]

또 북한은 최근 3년간 방치와 학대를 당한 어린이의 수를 공개하라는 위원회의 요청에 “시설에 있는 6명의 어린이가 방치, 학대를 당했다”며 “해당 시설의 인력 6명은 아동 학대에 대한 형벌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정치범 수용소에 어린이가 있냐는 질문에는 “정치범 수용소 같은 것은 없다”며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부정했다. 약물 남용에 관련된 어린이에 대해서도 “없음”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밖에도 북한 내 장애 아동 수를 공개하라는 위원회의 요청에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답변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장애 아동은 총 3만4171명이고 이중 3만3013명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북한이 송환 어린이의 수를 공개하는 등 국제 인권기구의 요청에 이처럼 상세히 답변한 것은 장애인ㆍ아동과 같은 취약계층의 인권문제에 있어서 국제사회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지난 15일에도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장애인들의 권리를 내세우며 이에 대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리흥식 외무성 대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0차 장애자권리에 관한 협약당사국회의에서 장애자권리에 관한 협약 이행과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간주한다”고 전했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북한인권결의안과 같은 주민 전반에 걸친 인권 개선 권고에 대해선 체제존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해 반발하지만, 아동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희석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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