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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성적에 도움 안 되는 독서, 쓸모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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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대' 시리즈 북리뷰 2편,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by 권연수·이상윤·한서영

공부(工夫): ① 세상의 겉과 안을 동시에 바라보는 일 ② 더불어 나의 바깥을 이해하는 일 ③ 타인과 함께 사회를 고민하는 일 ④ 읽고 쓰고 말함으로써 참여하는 일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한다. 그런데 공부란 무엇인가? 창비에서 나온 ‘공부의 시대’ 시리즈는 강만길·김영란·유시민·정혜신·진중권의 공부를 주제로 한 강연을 담고 있다.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우리 시대의 지성들에게 그들의 공부법을 묻는다.

'김영란법'을 들어봤는가? '공부의 시대' 시리즈 중 하나인 『책 읽기의 쓸모』는 사람들이 흔히 김영란법이라 부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에 힘쓴 바로 그 김영란이 저자다. 김영란은 2004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뒤, 6년의 대법관 재직 기간 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노력으로 일각에서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책벌레로 소문난 그녀는 이 책에서 '모든 독서가 쓸모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부에 있어서 쓸모 있는 공부와 쓸모 없는 공부를 나눌 수 있을까? 김영란은 이 책의 목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읽어온 책들을 통해 ‘써먹지 않은 독서의 쓸모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많은이가 전공이나 직업과 상관없는 공부는 쓸모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책도 읽지 않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힘든 일을 잊어버리고, 쓸모 없다고 생각한 책도 훗날 법률에 관한 책을 쓸 때 활용했다는 김영란의 말은 전공·직업과 상관없는 공부라 하더라도 어딘가 쓸모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현재 고등학생인 우리에게도 당장 보기에는 쓸모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살아가면서 언젠가 쓸모가 있을 책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 이전에 쓸모 없는 책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를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부모들은 자녀에게 지나치게 독서를 강조한다. 다양한 독서를 하면 시냅스의 양이 많아지며 이를 통해 뇌 기능이 강화된다고 한다. 그러나 상상력보다 훨씬 늦게 발달되는 추상화 능력을 강제로 키우려는 활동은 오히려 세계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 하는 아이로 만든다. 교육열이 뜨거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반강제적으로 책을 읽게 하는 부모가 적지 않은데, 그로 인한 문제점을 이 책은 확실히 지적하고 있다.

[사진=창비]

[사진=창비]

또한, 김영란은 책에서 ‘이분법 놀이‘를 유독 자주 언급한다. 토마스 만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 주인공처럼 우리들 대다수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그 속에서 한정된 인간관계를 맺어나간다. 저자 역시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이분법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음을 인정하며, 몇 가지 인간형을 제시한다. 일차적 인간과 이차적 인간, 그리고 고슴도치형 인간과 여우형 인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 속에서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김영란은 이 상황에서 문학이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문학 작품을 읽으며 그 속에서 의사소통하는 독자처럼, 풍부한 상상력과 이해를 통한 정서적 응대와 다각화된 시각을 가지고 법정에서의 판결 역시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의 상상이 진리를 만들고 그 진리가 사회를 돌아가게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신만의 그릇된 생각으로 타인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영란은 독서와 공부의 적정선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학교 공부는 학교 공부대로 해나가면서도 독서를 통한 공부는 그 공부대로 쥐고 있다 보면 결국에는 그 일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결국, 공부란 지식 욕구를 채울 수 있거나 어딘가에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책에 대한 탐닉은 쓸모 있는 공부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책을 읽는 것 그 자체로 내면을 수양하고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간 성인 1명의 독서량은 9.1권으로 10권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독서가 부족한 우리들에게 쓸모 없어 보이는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평생의 공부라고, 저자는 책에서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증명해 보였다.

글=권연수·이상윤·한서영(인천국제고 1) TONG청소년기자 인천국제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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