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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사피엔스가 진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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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달부터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마이 베스트’를 선정합니다. 직전 달 출간된 신간 중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해 뽑은 책들로, 단순히 판매 부수만 계산한 베스트셀러와는 순위가 다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 세 명의 기자와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주 옮김, 김영사
630쪽, 2만2000원

이 책은 국제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후속작이다. ‘호모’는 사람, ‘데우스’는 ‘신(神)’을 뜻하는 라틴어다. 저자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 유발 하라리(41). 다양한 학문 분야를 종합해서 통찰력있고 경쾌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능을 보여준다. 전작에서 그는 “인간은 스스로를 신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중” 이라며 “수십 수백년 내에 사피엔스는 멸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 세계의 주역과 우리 사이의 격차는 아마도 우리와 네안데르탈인의 차이보다 더욱 클 것이다. 우리의 후계자들은 신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신작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우리 종의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전환기에 해당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과식으로 죽는 사람이 굶어 죽는 사람보다 많다. 노령으로 죽는 사람이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많다. 전쟁·테러·범죄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이 많다.”

그의 주장을 따라가 보자. 기근과 전염병과 전쟁을 제압한 지금 우리는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사실상 자신을 신으로 격상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성 그 자체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불길한 골짜기로 향하는 내리막길은 이미 시작되었다.

호모 에렉투스가 만들어 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기껏해야 돌 칼이었다. 이 종은 우주선과 컴퓨터를 만드는 호모 사피엔스로 바뀌었다. 이 같은 전환에 필요했던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유전자·호르몬·신경세포의 변화였다. 사피엔스가 진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짐작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인간 유전자와 기계의 결합은 새로운 생명 ‘호모 데우스’의 탄생을 예고한다. [사진 김영사]

인간 유전자와 기계의 결합은 새로운 생명 ‘호모 데우스’의 탄생을 예고한다. [사진 김영사]

유기체는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마지막에 가서 저자는 “정말 그럴까?”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알고리즘이란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한 무리의 방법론적 단계를 말한다. 뇌와 신체와 마음을 재설계하고 만들어내는 기술과 알고리즘을 갖춘 사람들은 신이 될 것이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쓸모 없는 존재로 전락해 사라져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기계에게 자신을 완전히 맡기고 있다는 것을. 인공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일단 넘어서게 되면 인류를 멸절시킬지도 모른다.

디스토피아의 어두운 시나리오를 써 나가던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모든 시나리오는 예언이라기보다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가능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이 실현되지 않도록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저자가 전제로 삼고 있는 이론에는 여러 반론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에게 자유의지란 없으며 그런 걸 가진 적도 없다는 것이다. 장차 인간이 서로 협력하는 사회적 본능을 어떤 방식으로든 떨쳐버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저자는 거의 모든 주장에 나름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혀 놓았다. 이렇게 제시된 여러 분야의 연구결과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지식의 성찬이다. 좌뇌와 우뇌가 분리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경험하는 뇌와 이야기하는 뇌의 차이가 그러하며 정치학의 ‘우리 아들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증후군(자신의 희생과 고통에 대해 필사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현상)의 사례가 그러하다.

[S BOX] 영원한 삶 추구하는 21세기 인본주의

『호모 데우스』의 핵심 주장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으로서의 호모 사피엔스는 데이터주의가 패러다임이 되는 세상에서 주요한 존재가 되지 못할 수 있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국가·종교·돈 같은 허구를 믿을 수 있었던 덕분이다. ▶인류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 덕분에 수많은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인본주의란 신 대신에 인간을 숭배하는 종교의 한 형태다. 인간을 세상의 지배자로 여기며 인간과 그 욕망을 세상의 우선 순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둔다. 21세기에 인본주의는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한 삶, 행복, 권력을 추구하도록 밀어부칠 가능성이 있다고 저자는 믿고 있다. ▶인류는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예전부터 보유해왔지만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이 능력이 위협받고 있다. 인류는 영생을 포함해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수퍼맨 즉 호모 데우스로 대체될 것이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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