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성주 사드 기지에 나타난 '서북청년단'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데 정신 차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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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보수 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성주 사드 기지와 2㎞ 정도 떨어져 있는 소성리 마을회관에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시민단체만 이곳에 머무르며 활동을 해 왔다.

보수단체 18일부터 수백명 규모 집회신고 #지난 15일엔 보수단체 회원 주민과 몸싸움 #경찰 "물리적 충돌 우려돼…마찰 막을 것"

16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한 보수단체 회원 700명이 18일 오후 4시부터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집회 신고 기간은 다음달 13일까지다. 이 단체는 같은 기간 성주읍 성주군청 앞에서도 사드 찬성 집회를 열 것이라고 신고를 해둔 상태다.

지난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자신을 보수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주민들과 말싸움을 하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지난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자신을 보수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주민들과 말싸움을 하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또 다른 보수단체 회원 50명도 같은 기간 동안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사드 배치 찬성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찬성 집회를 열겠다고 한 단체도 있다. 신고한 집회 참석 인원은 100명 규모다.

이 3개 단체는 모두 15일 한꺼번에 집회 신고를 했다. 실제 신고한 대로 집회를 열 것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3개 단체 회원 수백명이 뭉쳐 대규모 집회를 열 경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반대 주민·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15일 오후 7시쯤 보수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5명이 승용차를 타고 소성리 마을회관에 나타나 주민들과 2시간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태극기와 성조기도 들고 왔다.
차량 운전석에 타고 있던 남성 1명은 차량에서 내려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남성은 등에 '서북청년단'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보수단체 회원이라고 밝히면서 주민·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데 정신을 차리라"며 욕설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집회 신고를 낸 단체들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소성리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집회가 열리는 날을 파악해 경찰 인력을 최대한 배치, 마찰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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